본문 바로가기

강인춘

(172)
이른 새벽 걷기 운동을 하면서 매주 화요일 오후 1시. '중앙일보'와 '강춘 블로그'에 올리는 '깍지 외할미'의 그림 에세이가 있다. 그 주일에 나갈 일러스트는 항상 마감 며칠 전에 이미 완성해 놓는다. 다만 텍스트(글)만 늘 마감전까지 미완성으로 초조해있다. 그만큼 나에게는 글쓰기가 쉽지 않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드디어 그 골치 아픈 텍스트를 쉽게 쓰는 방법을 찾았다. 다름 아닌 이른 아침 새벽 걷기 운동을 하는 산책길에서 거의 90%는 완성한다는 것이다. 한걸음 두걸음걸으며 내 머리에 이미 그려놓은 일러스트에 텍스트를 얹혀놓는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메모란에 생각해낸 텍스트를 문자로 옮긴다. 걸으면서 말이다. 드디어 반환점을 돌아 집 가까이 올 때쯤이면 이번 주에 나갈 '깍지 외할미'의 텍스트는 거의 완성이 되어있다. 참으..
나는 남편 가슴속에 있다? 없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편과 살짝 다퉜다. 도대체 저 남자 가슴속엔 '나'라는 존재가 있기나 한 걸까? 문득 궁금했다. 어느 날. 나는 남편의 가슴속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어머머? 그이의 가슴속엔 상상이외로 내가 아주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낯이 화끈거렸다. 부부란 서로 '믿음'으로 산다고 했는데... 잠시라도 의심했던 내가 부끄럽기만 하다. ---- 쯧쯧쯧... 지집아가 껀덕허먼 지그 냄편을 의심하고 자빠졌구만 그려. 고로코롬 믿지 못하면 쌔고 쎈 앞날을 어찌 살아갈거여? 참말로 실덕벌덕헌(변덕) 지집아 맞구만 그려. 지집아야! 사람에 대한 의심은 병이여. 그 병이 쌓이면 으뜻게 되는지 아능겨? 내가 봉께 깍지애비는 입이 무거운 냄자여. 냄자가 누구처럼 즈그 마누라 앞에서 촐랑대며 '사랑해, 사랑..
은근 슬쩍 아들 편드는 시어머니 아들! 니가 멀 을마나 잘못혔길래 저리 착한 메눌아그가 아침부터 소락떼기를 꽉꽉 질러쌀까? 니는 백번천번 욕먹어 싸다 싸! 써글넘. 그려, 잘혔다 울 메눌아그야! 남자가 못돼 처먹을 짓을 했을띠는 인정사정 볼꺼읎시 아예 그 자리에서 콱 뿌리를 뽑아뻔지야 혀! 맴이 약해서 기냥 놔 뻔지믄 남자라는 동물은 지가 잘못한 줄을 모르고 기고만장혀가꼬 더욱 더 여편네를 깔본당께. 그러치만은 아그야! 여자가 가심쏙이 문드러져 아주 상해불면 먼말을 못허겄냐. 나라도 기냥 참진 못혀. 근디... 그런디 말이여. 아무리 남편꼬라지가 밉직허도 욕은 쬐까 가리서 허긴 혀야 혀. 우째쓰것냐. 그란혀도 으쩔수 없시 내가 델꼬사는 남편인디 어쩔거시여. 한창 열나서 지도 모르게 툭툭 쏘아대능 여자의 말중엔 가끔 독화살이 되어 남자를..
엄마는 변덕쟁이라니까요 "어유~ 얄미워 죽겠어" "밥 먹는 모습도 꼴 보기 싫어" "실실 웃어넘기는 모습은 더 싫단 말이야" "잘할게! 잘할게! 말뿐이지 뭘 잘했어?" 엄마의 병이 또 도졌습니다. 아빠가 회사로 출근하고 나자마자 소파에 길게 누워 혼자서 아빠의 흉을 보고 있습니다. 내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는가 봐요. 여자들은 변덕이 많다고 시골 외할미가 말하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말인가 봐요. 아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를 밉다고 한 적이 없는데 엄마는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은근히 걱정된다니까요. 나도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변덕쟁이 엄마처럼 될 것 같아서요. 딸은 엄마를 닮는다고 하잖아요. 아~ 변덕쟁이 울 엄마! 지금은 저렇게 얼굴에 인상을 쓰면서 누워 있지만 보나 마나 하룻밤 자고 나서 내일 아침 아빠가 출..
내 가슴속에는 수많은 내가 살고 있다 내 가슴속에는 수많은 내가 살고 있다. - 간드러지게 웃는 나. - 심통스러운 나. - 질투로 꽉 차 있는 나. - 심드렁해 있는 나. - 아무런 일도 아닌데 삐져있는 나. - 여우 탈을 뒤집어쓴 나.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남편의 기상도에 따라서 내 가슴속의 또 다른 '나'를 골라 남편 앞에 내려보낸다. 오늘 아침은 출근하는 남편 앞에 꼬리 살살 흔드는'여우 같은 나'를 내려보냈다. 어젯밤 토닥토닥 싸움을 해서 심통이 부어있는 남편을 달래기 위해서다.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 내 분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 혹시 남편은 나의 이런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슴이 철렁했다. ------ 에구~ 지집아야! 저 변덕을 워째야쓰까이. 참말로 이 어메가 너 땜시롱 가슴이 벌렁거려 미치겄다. 내 ..
숨 막히는 남편의 칼퇴근 오후 6시 정각. 회사에서 남편의 '칼퇴근'은 1분 1초도 지체 없이 집으로 직행했다. 그런 남편의 행동이 신혼 때는 더없이 좋았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달이지 수삼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로 숨이 탁탁 막혀 죽을 것만 같다. * 자기야! 그렇게도 내가 좋아? * 말로만 듣던 페미니스트가 바로 자기야? * '바깥남자'라는말도 있던데 자기는 어쩜 그렇게 '집'만 밝히니? * 자긴 주위에 술친구도 없는 거야? * 회사 동료들이 자기보고 '땡돌이'라고 놀리지 않아? *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그런 남자가 정말 자기가 맞아? 남편에게 수시로 쏘아대는 나의 이런 물음 자체가 낯 뜨거운 줄 안다. 한때는 그런 남편이 나도 너무 좋았었으니까. 나를 보고 '죽 끓는 여자의 변덕'이래도 나는 아무 말 못 하겠다. "자기야!..
아빠가 1박 2일 출장을 떠나셨어요 엄마가 소파에 길게 누워서 꼼짝하지 않고 tv 드라마만 보고 있습니다. 깨끗하던 집안이 쓰레기장처럼 어질러졌는데도 엄마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만 있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아빠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올 시간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엄마! 이제 아빠가 들어올 시간이 다 됐어요" "나도 알아" "그럼 빨리 저녁밥 준비해야잖아요" "ㅋㅋㅋ... 걱정되니? 아빤 오늘 집에 안 들어오셔. 제주도로 1박2일 출장 가셨거든" 아하~! 엄마가 오늘따라 게으름을 피우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하긴 엄마도 아빠가 안계실 때엔 조금 쉬어야지요. 아빠가 계실 때에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잖아요. 나는 엄마가 소파에 길게 누워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 ㅋㅋㅋ... 쪼만한 지집아 대..
인생은 사랑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여 에구~! 어찌까? 내가 에진간허먼 입 꽉 다물고 말을 안 하려고 했능디 시방 느그들 꼬락서니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읎서 한마디 허겠다. 아! 글씨 초장에는 둘이서 좋아 죽을것 같이 두손으로 사랑의 하튼가 머신가 맨들며 지랄 난리를 칠 때부터 나가 알아부렀다니께. 쉬 끓는 냄비가 쉬 식는다는 말, 나보다 많이 배운 느그들이 더 잘 알거 아녀? 엔날 어느 위인인가 그랬다잖혀. 인생은 남자, 여자 둘이서 사랑허기에는 넘 짧은 시간인께, 서로 미워허들 말고, 헐뜯지 말고, 나부터 잘못혔다고 반성허면서 살으야헌다고. 근디, 시방 느그들 작태를 한번 들여다 보랑께. 참말로 꼬라지 좋다, 염빙할년놈들! 머, 허기사 내도 소갈딱지 읎는 느그애비랑 살다봉께 더러 쌈박질 헐때도 있었지만서두 그래도 느그들처럼 맨날 싸워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