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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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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왜 하니? "어머! 난 몰라, 8시 반이잖아" 속상했다. 남편에게 미안했다. 나는 또 늦잠을 자고야 말았다. 남편은 어제 아침과 똑같이 오늘 아침에도 물 몇 방울 찍어 바르는 고양이 세수를 하고, 와이셔츠, 양말, 대충 꿰어 입고 신은 채 출근 가방 챙겨 들고 현관문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러더니 순간, 탁~! 하고 다시 현관문이 열렸다. "어머, 어머! 자기야, 또 뭘 잊은 거야?" 남편은 나의 말끝도 채 듣지 않고 내 허리를 잽싸게 잡아챘다. 그러고는 번개처럼 입술에 뽀뽀를 마구 퍼부었다. "아무리 바빠도 할 건 하고 가야지~"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바람처럼 휑하니 밖으로 사라졌다. "어머? 어머? 이게 뭐지?" 정신을 가다듬으려다 순간, 나는 뒤돌아서서 킥킥 웃고 말았다. "그래, 그래. 지금의 행복..
이제 막 결혼식을 끝낸 부부의 자화상 이제 막 결혼식 행사를 끝내고 아내와 함께 팔짱을 끼고 퇴장하는 남자는 옆에 있는 아내의 얼굴을 힐끗 돌아보고는 기겁을 했다. 아내는 ‘악녀’의 얼굴로 변해 미소 짓고 있었다. "히히히... 내 남자야!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너를 요리할 수 있어. 부디 내 명령에 항명하지 말고 무조건 따라야 해. 나는 항상 네 위에 군림하는 여왕이니까" 아내, 아니 악녀의 미소 뒤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순간 남자는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남자의 고민은 1년, 아니, 10년, 20년이 지나 5, 60년의 무수한 세월이 지났어도 변치 않고 그대로 계속되었다. 때로는 울컥하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대들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백전백패였다. 남자는 어쩌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도 모른다고 생각..
세상에 싸우지 않는 부부는 없다 “너는 항상 그랬잖아!” “자기는 뭘 잘했는데?” "미쳐요!" "미치다니? 그걸 말이라고 해?" "쿵!" "쾅!" 결혼하면 부부 중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상의 지뢰밭이 주위에 널려있다. 그것은 양말, 치약, 수건의 자질구레한 것에서부터 시가, 시부모, 처가, 술, 명품 백 등등의 크고 작은 지뢰들이다. '부부 싸움'은 대게 이런 것들을 무심코 밟아서 터지기 시작한다. 세상에 싸우지 않는 부부는 없다고 한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19세기를 지나 오늘에까지 줄곳 1도 변함없이 부부의 전쟁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어쩌면 지구가 멸망하는 그 순간까지 바퀴벌레가 죽지 않는 것처럼 ‘부부 싸움’ 역시 영원할지도 모른다는 설이 근자에 들어 너무 쉽게 난무하고 있다. 부부 싸움! 방금 결혼식을 끝내고..
연재를 시작하며 새 연재를 시작하면서 타이틀 그대로 우리 부부는 젊은 날,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수많은 날을 숱하게 싸워왔다. 그러면서도 팔순이 넘는 이 나이까지 서로 떨어지지 않고 끈끈하게 붙어 있는 걸 보면 아내나 나나, 그 본바탕에는 '사랑하니까'라는 이름의 진분홍 색깔의 하트(hart)가 변색을 마다하는 앙탈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그 흔한 '졸혼(卒婚)' 마저 하지 못하고 촌(?)스럽게 꽁꽁 붙어 사는 걸 보면 말이다. 이제 나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싸운다'라는 낯 뜨거운 부부 애증의 많은 기억들을 이곳에 한장씩 펼치려고 한다. 혹시라도 나의 ‘그림 에세이’를 보는 어느 신세대에게는 나름대로 결혼생활 사랑의 텍스트북이 될지도 모르니까. "아내와 수시로 싸우다니? 뻔뻔하지 않아?" 독자들이 보기도 전에..
남편은 미완성 조립품 남편은 미완성 조립 상태로 나와 결혼했다. 그런 남편을 내 방식대로 맞추어 조금씩 조립해 본다.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꿈이 있었다. 신혼생활에서부터 내 나름대로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해서 우리만의 행복의 꿈을 빨리 이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편을 다시 조립하다 보면 어느 때는 참으로 난감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립상태가 너무 엉성했기에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그래도 나, 나름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오늘도 한 조각 한 조각을 정성스레 다듬어 끼어 맞춘다. 과연 내 마음에 맞는 남편의 조립은 언제 완성될지... 어쩌면 친정 엄마가 알게 되면 지나친 과욕이라고 한 바가지 욕을 먹을 지도 모른다. "오매! 어찌 까? 지집아야. 참말로 느자구 없는 욕심을 부리는구먼. 내가 니들 사는 거 지켜 봉께 니는 껀덕 허..
갑자기 변한 아내의 존댓말 “누구세요? 아저씨. 집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요” 자정이 가까온 시간에 현관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오는 남편. 그 남편에게 나는 평소와는 달리 정색을 하고 극존칭을 써가며 남편에게 물었다. 얼큰히 술에 취한 남편은 몸을 비틀거리다 움찔 놀란다. 벌겋던 얼굴색이 금방 파랗게 변하면서 현관에 서있는 내 얼굴을 뚫어지도록 빤히 쳐다본다. "나~, 나란 말이야! 자기 남편도 몰라~" "처음 보는 아저씨인데요. 누구세요?" "정말 왜 그래? 당신! 나 술 취하지 않았단 말이야" ㅋㅋㅋ... 겉모습과는 반대로 내 가슴속에 있는 또 하나의 나는 남편의 황당한 몸짓에 웃음보가 터져 죽는다고 킬킬대고 있다. 그렇다. 나의 차디찬 존댓말이 순진한 남편에겐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가 보다. 저렇게 ..
남편은 왜 미웠다 예뻤다 할까? 남편은 아침밥 먹기 전까지는 기분이 룰루랄라였었다. 그런 남편이 밥숟가락 뜨면서 인상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왜 그래? 된장찌개가 이상해?" "............" "오늘 아침에 새로 끓인 건데, 왜 맛이 없어?" "............" "말해봐. 깍지도 잘 먹잖아" "..........." 드디어 남편의 꼬장꼬장한 성격이 또 나왔다. 밥숟가락 두어 번 뜨다 말다 하더니 갑자기 인상이 구겨진 채 말없이 식탁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둘러메고 현관문을 꽝~ 소리 나게 닫고는 출근을 해버렸다. "깍지야? 아빠가 왜 저러시니? 또 삐진 거야?" "나도 몰라요" 정말로 알 수가 없다. 속된 말로 '미쳐요!' 그대로다. 왜 남편이란 존재는 허구한 날 수시로 예뻤다, 미웠다 하는 ..
설거지 연습하고 결혼한 남자 "어머머? 아휴~! 아무리 남자라도 그렇치 이걸 설거지라고 해놓고 폼 잡는 거야? 여기 좀 봐. 닦아놓은 그릇에 세제 물이 줄줄 흘러내리잖아. 자긴 설거지 연습도 안 하고 결혼한 거야?" 옴마? 지집아야! 거시기 그게 먼말이여? 시방 니 주둥이로 내뱉은 말이 뭔 말이냐고 어메가 묻잖혀. 참말로 시상이 뒤집어진 거여? 즈그 냄편보고 설거지 연습도 허지 않고 결혼혔다니? 아무리 여자가 뻗대는 시상이라도 글치 시상 천지에다 대고 물어봐라. 냄자가 설거지 연습하고 갤혼한 남자가 어데 있느냐고? 지집아가 밀 같은 말을 혀야지 주댕이로 나오는 말이라고 혀서 지멋대로 쏟아붓는 거 아니라고 어메가 그토록 일렀구만. 시방 쩌어그 베란다에 나가 자존심 팍팍 죽이고 있능 느그 냄편, 깍지 애비가 니 눈에는 안 보여? 저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