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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외할미

숨 막히는 남편의 칼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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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정각.
회사에서 남편의 '칼퇴근'은 1분 1초도 지체 없이 집으로 직행했다.
그런 남편의 행동이 신혼 때는 더없이 좋았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달이지 수삼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로 숨이 탁탁 막혀 죽을 것만 같다.

* 자기야! 그렇게도 내가 좋아?
* 말로만 듣던 페미니스트가 바로 자기야?
* '바깥남자'라는말도 있던데 자기는 어쩜 그렇게 '집'만 밝히니?
* 자긴 주위에 술친구도 없는 거야?
* 회사 동료들이 자기보고 '땡돌이'라고 놀리지 않아? 
*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그런 남자가 정말 자기가 맞아?

남편에게 수시로 쏘아대는 나의 이런 물음 자체가 낯 뜨거운 줄 안다.
한때는 그런 남편이 나도 너무 좋았었으니까.
나를 보고 '죽 끓는 여자의 변덕'이래도 나는 아무 말 못 하겠다.
"자기야! 그런데 말이야, 제발 나도 좀 숨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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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쯧...
지집아가 복에 겨웠구먼 그려.
아~! 회사 일 끝나 밖에서 괜히 허튼 짓 안하고 
제시간에 딱딱 맞춰 집에 들어오는 냄편에게 시방 그게 할 소리여?
느그 친구들은 머라혀?
보나마나 니 냄편이 최고라고 침 튀길거 아니여?

아마 모르긴혀도 그 친구들 냄편들은 
허구헌날 술이 떡이 되도록 먹고 집에 벌벌 기어 들어와
갠한 마누래에 대고 소락때기나 팍팍 질러 댈 거시구만.
안 그려? 내가 안봐도 천리안이여.

시방 느그 냄편 김서방 쫌 보랑께.
회사일 끝나면 밖에서 어문짓 허지않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와
청소해주지, 분리수거 해주지. 이것저것 집안살림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 주잖혀.
그것 뿐이여? 밥먹은 밥그럭 찬그럭 모다 때깔나게 설거지도 해주잖혀. 

그런 냄편을 니는 시방 머가 모자라 냄편을 잡는 거여?
시집가기전에 느그 애비 집에서 봤잖혀.
집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거 말이여,
내 같으면 느그 냄편을 이뽀서 맨날 업어주겄다.
지집아가 참말로 복에 겨운거여.

머시여? 숨 막힌다고?
어찌까~ 허긴 그려~! 쪼까 생각허면 '땡돌이'도 정도껏 허야 혀.
에구~ 시상이 참말로 가지가지로 별시럽당께.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410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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