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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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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는 눈으로 얘기한단다 “할머니!” “왜 그랴?” “있잖아요” “그려, 우리 깍지 여시! 또 먼 말을 하고자픈 거여? 빨랑 말혀 보랑께” “할아버지랑 싸우셨어요?” “싸웠따고? 으응~ 아니여” “그럼 할아버지랑 얘기하기 싫으세요?” “실킨, 으째 실탄가? 할배랑 야그 허벌나게 하는디?” “거짓말 마세요. 할머닌 오늘 할아버지한테 얘기 한 번도 안하셨잖아요” “아닌디. 니가 잘못본거여" "........" "오오라~! 히히히... 에구~ 알것다! 여시가튼 지집아가 눈치는 백단이구만. 깍지야! 할미랑 할배는 말이여, 입으로는 말 잘 안혀" "그럼 뭘로 말하세요?" "눈으로 야그 한당께. 멀라고 입아프게 말로 야그할 거시여. 할미가 눈빛을 척 보내면 할배도 척 알아듣는당께" "????" "참말이여. 할배한테 가서 물어봐” "......
아내가 또 냄비를 태워 먹었다 나는 지금 주방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밑바닥이 새카맣게 타버린 냄비를 철 수세미로 힘주어 닦는 중이다. 누가 태워 먹었냐고? 아내가 그랬다. 아내는 고등어조림을 한다고 냄비를 가스 불 위에 올려놓았는데 잠깐 정신을 팔다가 그만 냄비를 까맣게 태워 먹었다고 금방 울기라도 할 것처럼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냄비는 아내가 제일 아끼던 냄비였다고 했다. 지난번 홈쇼핑에서 거금을 들여 6개월 할부로 산 거였단다. "내 힘으로 까맣게 탄 냄비를 닦으려고 했는데 힘들어서 도저히 안된단 말이야"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눈치를 본다. "벌써 한두 번이 아니잖아, 정신을 어디에 팔아먹었어?" 나는 대뜸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아내가 금방이라도 눈물 찔끔 흘릴 것 같아 그냥 ..
부모가 잘 살아도 자식 용돈은 꼭 받아야 해 "큰넘하고 자근딸이 이번 달 용돈 보내 왔능가?" "안즉이여…" "고얀넘들이구만. 전화 넣어봐." "아이고매~ 쪼까 참아보시오. 즈그들 먼 딱한 사정이 있을낀데 워치케로 눈치읎시 달마다 꼭꼭 용돈을 달라고 한다요" "그래도 그런게 아니여. 부모들은 자슥 낳아서 기르고 공부 갈쳐서 결혼꺼정 시켜주었잖여. 자슥은 당연히 부모헌티 그 은덕을 알아서 갶는게 원칙이제. 그라지않고 부모들이 잘 살고 있응께 용돈 가튼거 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뭉게버리능거시 잘못된 생각이제" "............" "용돈 받으면 그 돈 우리가 냉큼냉큼 쓰는 거 아니잖어. 달달이 모았다가 손지들 올때마다 아그들헌티 듬뿍 주잔혀?" "............" "그렁께 시방 우리가 먹을게 읎어서 자슥들에게 용돈타령하능게 아니잖어. 다행이..
부부사이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약속 아그들아! 또 싸운거여? 참말로 자알혔다. 등지고 서있능 꼬락서니가 보기 좋구만 그려. 긍께, 내가 느그들 갤혼 허기전에도 수차래 말했냐? 안했냐? 부부가 평생을 살면서 1. 서로의 자존심은 건드리지 말어. 2. 싸가지읎는 말은 애시당초 하질 말고. 3, 니 생각과 내 생각은 다를수 있능거시여. 4. 상대방 의심은 병이여. 5. 폭력은 인간사 끝. 6. 불륜도 끝이여. 써글넘들! 그 때 내가 느그들 손을 꼬옥 붙잡고 말혔을 때는 쓰잘데읎는 어메 잔소리라 생각혔냐? 봐라! 귀뜽으로 듣더만 기여코 시방 이 사단을 만들어 브렀어야. 꼬라지가 참말로 조오타! 쩌어그 느그 딸이 지켜보고 있능디 부끄럽지도 안혀? 귀땡이가 아파도 다시 한번 들어봐! 한번 부부로 인연이 맺어졌으면 그냥 그냥 수월하게 사는 거 아니여...
엄마. 아빠가 출장가고 없으면 반찬도 줄어요? - 왜 그러니? 깍지야, 밥 먹기 싫어? - 엄마. 반찬이 이게 다예요? - 네가 잘 먹는 단무지, 햄 있잖아 - 엄마는 뭘 먹어요? - 난, 그냥 김치 하나면 돼. 왜 반찬 더 만들어줄까? - 아니, 됐어요. 엄마. 오늘 아침 식탁엔 갑자기 반찬이 확 줄었어요. 아빠가 안 계셔서 그런 가봐요. 아빠는 어제 지방 출장을 떠나셨거든요.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 고등어구이, 달래무침도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계란찜도 없습니다. 엄마는 그냥 밥에다 물 말아서 국처럼 훌훌 마셨습니다. 그냥 대충 먹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계시지 않으니까 반찬도 하기 싫어졌나 봐요. 엄마! 너무 했어요. 엄마하고 나하고는 사람도 아닌가요? 나는 엄마가 들리지 않게 혼자 속으로 가만히 말했습니다. 에구~ 에미..
친할미와 외할미, 친하게 지내면 안 돼요? - 친할미는 아빠의 엄마. 외 할미는 엄마의 엄마래요. 그럼 모두 우리 가족이잖아요. 그런데도 친할미와 외할미는 왜 자주 만나지 않아요? 내 생각으론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작은 삼촌 결혼식장에서 두 할미가 한 번 만난 것 말고는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 같은 것 같아요.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나는 친 할미도 좋고 외 할미도 참 좋거든요. 그런데도 가끔 나한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한다니까요. "깍지야! 넌 친할미가 좋니? 외 할미가 좋니?" 내가 어느 할미가 더 좋다고 말할 줄 알았나 봐요. 이젠 친할미 외할미 서로 자주 만나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아빠 여름휴가 때도 두 할미가 우리와 같이 가셨으면 좋겠어요. 아~참! 두 할미가 친해지면 엄마 아빠도 더 친해질 수 있잖아요. 내 말이 맞죠?-..
나의 흔적을 남겨야... 옛날 같았으면 몇 시간이면 완성했었을 텐데 무려 일주일 이상을 미적거리다 결국 파스텔을 던졌다. 표구 완성까지 열흘. 파스을텔을 든 손이 생각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아마도 나이 탓일 게다. 그래도 한 작품 한 작품 그려 그림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한다. 사실은 출판사에서 청탁 오는 그림만 그려서 원고료만 받고 넘겼기에 집에 남아있는 그림은 없다. 이제부터는 늦었지만 집에 남겨놓을 그림을 그려야겠다.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내 흔적은 남겨놔야 하지 않겠나? *** 표구를 원목으로 했기에 10만 원이란다. 그림 값보다 표구 값이 더 비싸다니... 어휴~!
영감탱이와 마누라 80 초반의 영감탱이와 70 중반의 마누라가 용감하게도 카메라 앞에 섰다.ㅋ 우리들 등뒤로 보이는 곳이 실미도(實尾島)다.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1971년 8월 인천 중구 실미도에 있던 북파부대원들이 정부의 사살 명령을 이행하려는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탈출해 서울로 향하던 중 자폭한 사건을 말한다. 보기만해도 으스스한 섬이다. 그 섬이 바로 코앞에 있다니... 당시 자폭한 공작원 24명의 비운(悲運)이 안타깝기만하다. mbc 드라마 촬영감독인 막내 처남이 대뜸 아파트 마당에 차를 대더니 인천공항 근처 무의도에 '바닷속 칼국수'가 별미니 맛보러 가자고 한다. 그래서 내방 책상 앞에서 다음 주 중앙일보 연재물인 '깍지 외할미'로 끙끙 앓고 있던 나는 얼씨구나~! 하면서 단박에 처남 차에 올랐다. 백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