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863) 썸네일형 리스트형 너 누구니? 11. 너 누구니? 세월이 유수(流水)라 했던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팔팔 뛰던 젊음인 것 같았는데 오늘 아침 거울을 보니 웬 쭈그렁 할배가 인상을 팍~! 쓰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너, 누구니?” 나도 모르게 꽥 소리를 질렀다. 소리가 너무 컸는지 주방에 있던 마누라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화장실까지 달려왔다. “누가 있어요?” “글쎄, 저 녀석 좀 봐. 웬 놈이 아침마다 날 째려보잖아, 망할 자식” “쯧쯧... 이 사람이 정말 치매인가 봐!” 약이 바싹 오른 마누라는 화장실 문을 꽝 닫는다. 그래, 그래! 마누라야!치매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어쩌다 내가 요 모양 요 꼴이 되었나 모르겠다. 흘러간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꼰대는 마누라가 무섭다 10. 꼰대는 마누라가 무섭다 따지고 보면 '동물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 한 예로 생식과 사랑의 임무가 끝난 늙은 남자, 특히나 돈벌이까지 못한 남자는 지금까지 한 몸과 같이 지나던 마누라에게 커다란 짐이 된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음식 쓰레기까지 눈치껏 알아서 버려야 한다. 불쌍한 꼰대들아! 정신 바짝 차려 잘들 해라. 내가 평생을 데리고 살고있는 마누라는 알고보면 이렇게 무서운 여자란다. 밥알 하나 9. 밥알 하나 밥을 먹다 실수로 밥알 하나를 식탁 밑으로 떨어뜨렸다. 순간 마주 앉은 마눌의 야릇한 표정이 가슴을 콕 찌른다. “왜? 왜? 왜?""비웃는 거야! 지금?""어쩔 수 없는 8학년이라고?""실수로 밥알 하나 떨어뜨린 걸 가지고 말이얏!” "더러는 그럴 수도 있잖아""젠장~!"나는 아주 크게, 크게 꽥! 소리를 질렀다.가슴속에서만 질렀다. 삼식이는 착각속에 산다 8. 삼식이는 착각속에 산다 아파트 뒤의 산책길 반환점을 막 도는데 스마트폰 벨이 울린다. 마누라님의 얼굴이 떴다. "집에 들어올 때 마트에서 목이버섯 한 팩만 사 와요" "목이버섯? 그게 뭔데?""그냥 목이버섯 달라고 하면 된다니까 그러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사서 오라는 마누라님의 명령이다. 잠깐 서서 목이버섯을 검색해 봤다. 오우! 웬일이야? 며칠 전부터 잡채 타령을 했더니 그게 먹혀 들어갔나 보다. 마트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왜 이렇게 빨라지지?그래도 우리 마누라님이 삼식이가 밉지 않았나 봐. 사랑하나 봐. 아니, 좋아하나 봐. 아니,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나 봐. ㅋㅋㅋ... 찌질이 꼰대들의 울분 7. 찌질이 꼰대들의 울분 꼰대 1. 늙으면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 마누라에게 밥 줘! 물 줘!라고 호령할 위치가 아니라는 거 빨리 알아채야 하거든. 꼰대 2. 그나마 마누라 옆에 붙어 있으려면 음식이 짜네! 싱겁네! 투정도 금물이지.마누라가 짜증 나면 마른 반찬만 줄 수도 있으니까. 꼰대 3. 설거지 누가 하느냐고? 짜샤! 그거야 당연히 내 차지지. 오늘도 우리 찌질이 꼰대들은 순댓국집에 모였다. 소주잔들이 몇 순배 돌아가더니 각자 찌질이 목청들을 하나씩 울컥 토해내기 시작한다.인생 팔십이 넘어서더니 창피함마저도 던져버렸나 보다. 에구~! 이 녀석들을 어찌할꼬. 나는? 그래, 당연히 나도 포함한다. 훌쩍!ㅡ 아내의 일기 6. 아내의 일기 1월 14일 “여보! 있잖아요....” 내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남편은 화들짝 놀라며 주방에 있는 나에게로 부리나케 달려와 어쭙잖은 행동으로 내 표정을 살핀다. "왜요? 무슨 일이..." 그 모습에 나는 웃음이 나오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가슴에 엉켜든다. 내 남자도 별수 없이 나이 팔십이 넘어가니 행동거지가 하나, 둘씩 탈색이 되어 가는가 보다.옛날 같았으면"왜 그래? 뭔데? 왜 자꾸 불러?"있는 대로 거드름을 피웠을 남자였었는데...속이 상했다. 그 옛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큰소리 땅땅 치던 남자다운 내 남편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정말 썩을 놈의 세월이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는 내 차지 5. 음식물 쓰레기 수거는 내 차지 집안의 모든 쓰레기 버리기는 내 차지다. 그중에서도 음식 쓰레기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슬금슬금 늙은 남자 내 몫으로 되었다. 뭐, 하긴 이제 와서그것으로 짜증 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마누라 하고 둘이만 사는 집안에너 일, 내일 따지고 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잖은 가.그래서 그런지 나의 불만은 없다.오히려 집안 구석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것보다는내가 할 일이 하나 더 있다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말이다.어쩌다 가끔은 늙은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냄새 꿀꿀한 음식물 쓰레기가 담겨있는 까만 비닐 주머니를 들고마당의 음식 쓰레기통으로 달려가 뚜껑을 열고 훌훌 털어버릴 때는 나도 모르게 곁눈질로 주위를 쓰윽 살피기도 한다. 혹시나 이.. '웬수'와 '소갈딱지' 4. '웬수'와 '소갈딱지' 마누라의 휴대폰엔 내가 ‘소갈딱지’라는 이름으로 들어앉았고 내 휴대폰엔 마누라가 ‘웬수’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마누라에게 물었다. “내가 왜 소갈딱지야?” “성질이 지저분하잖아” “..........” 이번엔 마누라가 묻는다. “나는 왜 웬수야?” “내가 하는 말마다 웬수처럼 야단치잖아” 결혼하고 나서 스마트폰이 활성화한 처음 시절에는 서로 ‘공주’, ’왕자’로부터 시작해 ‘마님’, ‘아빠’ 그렇게 희희낙락거리더니 어느새 우리의 닉네임은 ‘소갈딱지’와 ‘웬수’로 바뀌었다. 84살 영감과 78살 마누라는 이러면서 아이들처럼 삐지고, 화내고, 지지고, 볶으면서 50여년의 세월을 철없는 아이들처럼 살아왔다. 이제는 너나없이 빼도 박도 못하는 인생 막바지.. 이전 1 2 3 4 ··· 2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