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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외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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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미완성 조립품 남편은 미완성 조립 상태로 나와 결혼했다. 그런 남편을 내 방식대로 맞추어 조금씩 조립해 본다.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꿈이 있었다. 신혼생활에서부터 내 나름대로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해서 우리만의 행복의 꿈을 빨리 이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편을 다시 조립하다 보면 어느 때는 참으로 난감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립상태가 너무 엉성했기에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그래도 나, 나름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오늘도 한 조각 한 조각을 정성스레 다듬어 끼어 맞춘다. 과연 내 마음에 맞는 남편의 조립은 언제 완성될지... 어쩌면 친정 엄마가 알게 되면 지나친 과욕이라고 한 바가지 욕을 먹을 지도 모른다. "오매! 어찌 까? 지집아야. 참말로 느자구 없는 욕심을 부리는구먼. 내가 니들 사는 거 지켜 봉께 니는 껀덕 허..
갑자기 변한 아내의 존댓말 “누구세요? 아저씨. 집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요” 자정이 가까온 시간에 현관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오는 남편. 그 남편에게 나는 평소와는 달리 정색을 하고 극존칭을 써가며 남편에게 물었다. 얼큰히 술에 취한 남편은 몸을 비틀거리다 움찔 놀란다. 벌겋던 얼굴색이 금방 파랗게 변하면서 현관에 서있는 내 얼굴을 뚫어지도록 빤히 쳐다본다. "나~, 나란 말이야! 자기 남편도 몰라~" "처음 보는 아저씨인데요. 누구세요?" "정말 왜 그래? 당신! 나 술 취하지 않았단 말이야" ㅋㅋㅋ... 겉모습과는 반대로 내 가슴속에 있는 또 하나의 나는 남편의 황당한 몸짓에 웃음보가 터져 죽는다고 킬킬대고 있다. 그렇다. 나의 차디찬 존댓말이 순진한 남편에겐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가 보다. 저렇게 ..
남편은 왜 미웠다 예뻤다 할까? 남편은 아침밥 먹기 전까지는 기분이 룰루랄라였었다. 그런 남편이 밥숟가락 뜨면서 인상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왜 그래? 된장찌개가 이상해?" "............" "오늘 아침에 새로 끓인 건데, 왜 맛이 없어?" "............" "말해봐. 깍지도 잘 먹잖아" "..........." 드디어 남편의 꼬장꼬장한 성격이 또 나왔다. 밥숟가락 두어 번 뜨다 말다 하더니 갑자기 인상이 구겨진 채 말없이 식탁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둘러메고 현관문을 꽝~ 소리 나게 닫고는 출근을 해버렸다. "깍지야? 아빠가 왜 저러시니? 또 삐진 거야?" "나도 몰라요" 정말로 알 수가 없다. 속된 말로 '미쳐요!' 그대로다. 왜 남편이란 존재는 허구한 날 수시로 예뻤다, 미웠다 하는 ..
설거지 연습하고 결혼한 남자 "어머머? 아휴~! 아무리 남자라도 그렇치 이걸 설거지라고 해놓고 폼 잡는 거야? 여기 좀 봐. 닦아놓은 그릇에 세제 물이 줄줄 흘러내리잖아. 자긴 설거지 연습도 안 하고 결혼한 거야?" 옴마? 지집아야! 거시기 그게 먼말이여? 시방 니 주둥이로 내뱉은 말이 뭔 말이냐고 어메가 묻잖혀. 참말로 시상이 뒤집어진 거여? 즈그 냄편보고 설거지 연습도 허지 않고 결혼혔다니? 아무리 여자가 뻗대는 시상이라도 글치 시상 천지에다 대고 물어봐라. 냄자가 설거지 연습하고 갤혼한 남자가 어데 있느냐고? 지집아가 밀 같은 말을 혀야지 주댕이로 나오는 말이라고 혀서 지멋대로 쏟아붓는 거 아니라고 어메가 그토록 일렀구만. 시방 쩌어그 베란다에 나가 자존심 팍팍 죽이고 있능 느그 냄편, 깍지 애비가 니 눈에는 안 보여? 저러다..
부부의 '토닥토닥' 싸움은 사랑의 활력소다. 오매~ 김서방! 깍지에미랑 토닥토닥 싸웠다고라? 그려~, 그려 잘혔구만, 잘 싸웠어. 김서방도 그동안 가심쏙 껄적지근하게 쌓였든 찌끄레기도 이판에 깨끗하게 다 비워버릿다꼬? 흐미~! 참말로 잘 혔구만. 진작 그리혔어야지. 근디말이여. 깍지 에미는 머라혀? 빡빡 대들지 않어? 혹시나 대그빡 내밀며 뽀짝 달라들었다면 이판에 아예 싸악~ 갈라서 버리자구 혼구녕을 낼거시제. 머여? 그냥 둘이서 토닥토닥 싸웠다고? 고것이 참말이여? 그려~ 그려!, 우리 김서방이 참말로 잘혔구만. 역시 깍지에미보다 한 수 위구만 그려. 토닥! 토닥! 바로 부부가 서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그저그 곪아터지는 곳에 바르는 만병통치약이란 거시지. 머리카락 쥐어 뜯고, 주먹 휘두르고 나, 디졌어! 하고 까무라치는 싸움은 부부인생 망치는 마..
가을 타는 아빠 ♬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 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차라리 차라리 햐얀 겨울에 떠나요~ ♬ 아빠가 즐겨 부르는 노래라서 나도 가사는 조금 알아요. 아빠는 요즘도 가끔 거실 창의 커튼을 활짝 열어 젖히고 창밖에 낙엽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 노래를 가만히 부르거든요. 아빠 노래를 옆에서 살짝 듣다 보면 괜히 나도 쓸쓸해지고 슬퍼지는 것 같아요. 오늘은 일요일. 나는 엄마, 아빠와 같이 동네 가까이 있는 호수 공원에 낙엽 구경을 갔습니다. "어머~ 세상에!" 온통 노란색으로만 칠해진 세상이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엄마, 아빠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깍지야! 우리 식구 모두 갑자기 노란 세상에 들어온 것 같지?" "와~! 정말 그래요" 나는 너무 놀랐습니다. 아빠 엄마..
나는 아내에게 있어서 아부형 남편이다 "당신은 나 없이 하루도 못 살잖아! 내 말이 맞지?" 아내는 킥킥 웃었다. "천만에! 왜 못 살아. 얼마든지 살 수 있지" 아내의 물음에 나는 즉시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차마 폼 잡는 아내에게 이렇게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 아내는 어느 면에선 아주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금세 낯빛이 변해 몇 시간이고 우울증 걸린 사람처럼 한숨을 들이쉬고 내 리쉬 곤 했었다. 어쨌든 나는 그런 이유로 해서 이번에도 아내의 갑짝스러운 물음에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을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꼭꼭 숨어있던 내 가슴속 양심이란 녀석이 비열하다고 꼬챙이로 내 속살을 아프게 꼭꼭 찔러대기 시작했다. "짜샤! 또 지질하게 웃고만 있을 거니? 그렇게 아..
여우 본성을 들어내는 아내 자기야! 있잖아~. 흙으로 빚어 구운 토기(土器)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바로 ‘옹기(甕器)’라고 하거든. 그런데 그 옹기의 값을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어? 물론 천태만상이지. 그러나 그중에도 겉모습이 그럴싸한 옹기는 꽤 비쌀 거라 생각하는데 정작 의외로 그 값은 비싸지 않아. 왜냐면 흔한 흙으로 빚었기 때문이지. 그러나 물소 뼈를 섞어서 만든 옹기는 달라. 이름하여 본차이나(bone china)라고 하는데 그 크기가 아주 작아도 흙으로 만든 토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이 비싸다고 하거든. 그래서 성경에서도 말했듯이 흙으로 만든 남자 인간과 남자의 갈비뼈로 만든 여자와는 그 값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다르다는 거야. 마치 물소 뼈로 만든 본차이나와 같이 여자는 남자보다 비싸다는 말이야.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