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삶의 마지막 문턱에 서서

(8)
지겨운 꽃송이 그리기 7. 지겨운 꽃송이 그리기  나의 개인 사무실 현판 '꽃바람'그 배경에 쓰일 일러스트를 그리기로 했다. 처음 시작은 A3크기의 켄트지에작은 꽃잎 몇 장에 남녀 연인 한쌍을 그리려고 마음먹었다.그러나 한창 몰두해서 그리다 보니 여기저기서 꽃잎과 연인들도 나한테 애원을 했다."우리 연인들도 더 그려주세요!""저희 꽃잎들도 더 그려주세요!" 솔직히 지겨웠다.작은 사이즈의 종이에 수백, 수천의 꽃잎들을 그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괜히 시작했다고 몇 번인가 후회를 하기도 했었지만중간에 포기하기엔 솔직히 그동안 들인 노력이 아까웠다.더더구나 나의 개인 사무실 현판 '꽃바람' 배경에 쓰일 용도가 무산되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서 3일에 걸쳐 겨우 마무리를 했다.현판 사용도 잘 되었고.마침 발간되는 저의 책 의..
머시여? 애비가 바람핀다고? 6. 머시여? 애비가 바람핀다고?   주말, 아이와 함께 시골 시댁에 내려왔다. 남편은 갑자기 거래처 상무와 골프 약속이 있다고해서 같이 내려오지 못했다. 토닥토닥 몇마디 두고 받다가 짜증이 났지만 한 달전부터 시어머님과의 약속이었기에 아이와 함께 나 혼자서 왔다. 시어머님과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끝에 남편 이야기를 했다. 요 몇 달 남편의 낌새가 좀 이상해서였다. 남편은 평일에도 밤 12시가 넘어 새벽에 귀가하는 정도가 빈번했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거래처와의 골프 핑계로 집을 비웠다. 아무래도 여자 냄새가 난다고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 말해버렸다. 시어머님은 안색이 새파랗게 변하더니 내리 고함을 지르신다. "에미야! 먼 샛똥빠진 야그여? 그렁게 시방 애비가 바람을 핀다는 거시여? 아이고야! 나가 남사시러..
종이 웨딩드레스 사건 5. 종이 웨딩드레스1970년 9월  1970년  9월. 내 결혼식에 신부는'종이로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기로 결정했다.결혼 전부터 늘 생각하던 이상적인 나의 꿈의 하나였다.아내 역시 쾌히 승낙했었다. 하얀 종이 드레스에 300송이의 종이꽃을 만들어 얹은 드레스.내가 디자인하고, 친구(웨딩드레스 사업)가 바느질해서 만들기로 했다. 당시에 나는 KBS-TV의 공무원 신분.당연히 히피족들이나 입는 종이옷이라고고위층의 간부들은 결사적으로 반대를 했다.굳이 입으려면 사표를 내고 입어야 한다고 했다. 종이 웨딩드레스를 입느냐? 사표를 던지냐?둘 중에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날이 드디어 다가왔다. 나는 고민 끝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그리고 곧바로 결혼식장으로 달려갔다.드디어 실내의 전등이 모두 꺼지고 신부가 입..
딸의 생일 4. 딸의 생일  "카! 톡!"카톡으로 이웃 마을에 사는 딸의 방을 노크한다. "얘야~ 생일 축하한다. 오늘은 아빠, 엄마가 오랜만에 점심 살게" "됐시유~! 아부지,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유!" 딸은 0.1초도 거르지 않고 즉답을 보내왔다."그래두 얘야! 거절하지 마라!" "아, 됐다니께유~ 아부지!  오늘 울 아부진 뭔 음식을 자시고 싶어유? 엄마한테두 물어봐유~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살게요" 딸은 되지도 않는 어설픈 사투리로  '아부지', '아부지'를 계속 흉내 내며 대답해 왔다. 결혼한 지 20여 년이 넘는 딸냄이. 이젠 어엿한 대학생(美大生) 딸도 있는 중년 엄마다. 매년 딸의 생일 때마다늙은 아빠, 엄마는 이렇게 겉치레 말만 하고 못 이기는 체하고 그냥 넘어간다. 착한 사위 보기에도 염치가 없는 장..
상주의 감마을 추억 3. 상주의 감마을 추억    언제였더라?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꽤  오래전에 상주의  '곶감명가' 김영분여사의 초대로 곶감마을을 찾은 적이 있었다.  하루는 감들이 무르익은 동네 마을을 기웃거리다 어느 빈 초가를 발견했었다.나는 그 초가의 마루에 걸터앉아 잠깐 쉬다가문득 동화(童畵)적인 생각이 떠올랐다."그래, 아마도 얼마 전에는 이 낡은 초가에 이런 정경도 있었을 거야" 나는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가집으로 돌아온 후에 곧바로 스케치에 옮겼다.그 뒤로는 몇 장의 일러스트를 다시 개작해서 친지들이 가져갔고마지막 한 장은 표구를 해서 내 집 벽에 남겼다. 오늘,  문득 벽에 걸린 그림을 보다내 블로그에 감회를 몇 자 적어 남긴다.
강춘 선생님 2. 강춘 선생님 * 강춘 선생님 * 말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말할 때 나오는 인품의 향기다. 선생님이 쓰는 말은 질감과 무늬가 정말 쫄깃하고 번뜩인다. 한마디로 결이 기품이 있는 분이다. KBS, 동아일보 출판국 미술부장, 편집위원을 거쳐 현재 4개 블로그 1,000만 뷰 블로거로 활동하며 작가가 깨우친 통찰은 묵직하다. 선생님은 간결한 문장은, 글의 얼개를 차는데 유용한 전략,  그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자세 등 여러 가지 실천 방안을 귀띔한다. 또한, 글쓰기의 노하우를 행간 곳곳에 농밀하게 담았다. 정교하고 치밀하며 빠르지 않은 호흡으로 조곤조곤, 또박또박, 현학적이지 않고 뜻이 분명하게 읽히는 글에서 선생님의 성품이 돋보인다.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다. 그리고 예민..
고맙습니다 1. 고맙습니다    '84' 내 나이 숫자다.나 스스로도 놀랄만한 나이다. 가까웠던 절친들, 직장 동료들 거의가 '바이~바이~'하면서 세상을 떠났다.나 역시도 덩달아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더구나 요즘은 20여 년 전에 수술했던 '구강암'의 후유 증까지빈번하게 나타나 나를 끈질기게 괴롭힌다.직장 은퇴 후 거의 20여 년 넘게 즐기고 위안을 받았던 '블로그 작업'까지도 이젠 지지부진해졌다. 더구나 얼마 전까지도 컴퓨터 포토샵의 단축 자판을 쉽게 찾았었는데이젠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 나를 더욱 허우적거리게 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체념을 한다.세상사 죽고 사는 건 '당연지사'가 아니던가.이제 마음을 비운다.그동안은 내가 아침마다 올리는 블로그의 글과 그림을 모아모두 일곱 권의 책으로 묶어져 세..
새 연재물 소개 9월 2일부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