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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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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의 외출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의 외출 - - 누구 만나러 나가? - 몇 시에 들어와? - 내 저녁밥은?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여는 마누라에게 절대로 이렇게 묻는 바보남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마눌의 매서운 눈초리, 자조의 한숨, 일그러진 분노뿐인데 "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즐겁게 놀다 와요. 마눌님!" 이렇게 말하면서 찌그러진 내 안면에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덧칠하기로 했다. 나는 참 영리한 삼식이, 백수다.
마누라도 8학년 때문에 지쳐간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도 8학년 남편 때문에 지쳐간다 - 무슨 일이든 대충대충 처리하는 8학년인 나를 아예 제쳐놓고 마누라는 깔끔한 성격 그대로 매주 토요일이면 집안을 몽땅 뒤집어 놓으며 혼자서 대청소를 한다. 그런 마누라도 오늘은 지쳤는지 청소를 하다가 조그마한 몸뚱이를 거실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 길게 길게 누웠다. 강철 같기만 했던 마누라도 세월이란 넘한테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요즘따라 하나 둘 주름진 얼굴과 늘어나는 흰머리카락때문이지 자꾸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마누라에게 누구 말대로 '힘들지?' '미안해' '고마워'라는 남편의 아부성말 한마디에 세상을 들었다 내려 놓을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 받는다고 하던데 그 말을 단 한번도 하지 못한 나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녀석..
마누라가 나를 사랑하나 봐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눌님이 나를 사랑하나 봐 - 아파트 산책길. 반환점을 막 도는데 "따르르륵!" 스마트폰 벨이 울린다. 마눌님이다. “집에 들어올 때 목이버섯 한 팩만 사 와!” “목이버섯? 그게 뭔데?” “그냥 마트에서 목이버섯 달라고 하면 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사가지고 오라는 마눌님의 명령이다. 잠깐 선채로 목이버섯을 검색해 봤다. 오우! 웬일이야? 며칠 전부터 잡채타령을 했더니 그게 먹혀들어 갔나 보다. 마트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왜 이렇게 빨라지지? 그래도 마누라가 이 삼식이가 밉지 않았나 봐. 좋아하나 봐. 아니, 사랑하나 봐. ㅋㅋㅋ... 자존심마저 1도 없는 여기 백수는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어휴~!
나, 이뽀? "어휴~ 8학년이랍니다!" “나, 이뽀?” “나, 늙었지?”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세상의 마누라들은 남편을 향해 느닷없이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죄 없는 불쌍한 남편들은 속된 말로 미친다. 양심상 거짓말을 못해 꾸물대고 있으면 마누라들은 즉시 반격으로 들이닥친다. “왜 말 못 해? 정말 한물갔다 이거지? 몰라! 몰라! 모두 잘난 당신 때문에 요 모양 요 꼴이란 말이야” 젊으나, 늙으나 마누라들은 한결같이 고양이 눈으로 흘기고 입을 삐죽이는 것은 너나없이 똑같다. 남편들은 억울하다. 매번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가슴속 '배알'이 참다못해 내 등짝을 한대 갈기며 코치해 준다. “그래, 아직도 이쁘다 이뻐! 그 이쁜 게 어디로 도망갈 리가 있어?” 겉으로 험악한 인상을 그리며 쏘아..
오늘 하루 또 뭐하지?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오늘 하루 또 뭐 하지? - 눈을 떴다. 창밖으로 어렴풋이 흩어져가는 어둠이 보이면서 '두두둑...' 소리가 들린다. 굵은 빗소리다. 장마가 시작되려나... 오늘하루 또 뭐 하지? 멀뚱멀뚱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남자란 아침에 눈뜨면 밖으로 나가야 돼!" 인상 팍팍 긁는 마누라의 얼굴이 이불속 파묻힌 동공에 갑자기 들이닥친다. 화들짝 놀라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렸다. 그 새 허약해졌나? 웬 식은땀이 한바가지네.
남자 인생이란... "어휴~ 8학년이랍니다!" 찌질이 1. "인마! 늙으면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 마누라에게 밥 줘! 물 줘!라고 호령할 위치가 아니라는 거 빨리 알아채야 하거든" 찌질이 2. "그나마 마누라 옆에 붙어 있으려면 음식이 짜네! 싱겁네! 투정도 금물이지" 찌질이 3. "국이나 찌개 국물을 먹을 때 밥상에 흘리지 마. 마누라가 짜증 나면 마른반찬만 줄 수도 있으니까" 찌질이 4. "설거지 누가 하느냐고? 그야 당연히 내 차지지. 평생을 마누라가 손에 물 담가 왔잖아" 오늘도 우리 찌질이들은 변함없이 마포 공덕시장 순댓국집에 모였다. 소주잔들이 몇 순배 돌아가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찌질이 본연의 목청들을 하나씩 토해내기 시작한다. 마누라 앞에서 쩔쩔매는 자신들의 신세 한탄들이다. 인생 8학년이 되고 ..
아내의 이름은 '마눌님'이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여기 내 앞에 가까이 있는 여자를 소개한다. 평생 손에 물 안묻혀 살게하겠다고 철썩같이 약속한 나의 여자다. 현재 그녀의 이름은 '아내'도 아니고 '마누라'도 아닌 '마눌님'이다. 내 어찌 감히 백수, 삼식이주제에 '아내', '마누라'로 낮춰 이름을 부를 수 있겠는가? 결혼 첫해엔 '순실'씨 라고 부르다가 첫 아이 낳고는 '지수 엄마'라고 불렀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백수가 된 후에는 철없이 '마누라'라고 불렀다. 내몸의 간덩이가 겁도 없이 쇳덩이처럼 굳어 졌을 때였다. 그 얼마 뒤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rtha) 부처처럼 허울 좋은 내 처지를 스스로 깨달았다. 이때부터 '마누라'를 '마눌님'으로 존칭해서 부르고 있다. 솔직히 처음엔 비위가 조금 상했지만 ..
내가 나를 말한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나, 법적 연령 83세. 외모 연령 75세. 신체 연령 70세. 마눌님이 보는 내 정신연령 12세. 나 자신이 생각하는 정신연령 52세. 내가 다시 꿈꾸는 정신연령 64세. ........ 온통 헷갈리는 남자 하나, 아직도 세상에 땅 밟고 있다. 이름은 삼시 세끼 삼식이, 또는 백수, 환쟁이. 그리고 현실을 망각하고 매일밤 새파란 청년의 꿈을 꾸는 정신 이상자다. 에고~ 에고~! 자신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뭐, 허긴 세상 사는 게 어떻게 네 뜻대로만 되겠니. 이 모든게 다 네 운명인걸... 고집 따위는 팽개치고 제발 정신 차려라! 인생 말년에 사고 치지 말고 너의 세상 끝나는 날까지 부디 잘해라. 그리고 평생을 궂은일 마다하고 너와 같이 이 자리까지 함께 걸어온 네 마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