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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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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가 사준다잖아!!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가 사준다잖아! - "마누라가 사준다고 할 때 눈 질끈 감고 그냥 입어요" "나는 괜찮아.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또 새 옷을 사? " " 또, 또 그놈의 세월 타령은... 날씨가 찬데 지금 입을 변변한 외투가 없잖아" 마누라는 수영복이 낡아 새로 한 벌 산다고 백화점 스포츠웨어에 들렀다가 어느 유명 메이커 패딩 매장 앞에서 내 등을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신상 패딩 한 벌을 꺼내 입어보라고 채근을 한다. 나는 얼른 가격표를 훔쳐봤다. "싫어, 싫다니까! 몇 년 전에 산 패딩도 있는데 웬걸 또 산다고 그래" "아휴~! 창피하게 왜 또 고집을 부려!" 옆에 서있는 여종업원도 덩달아 부채질을 한다. "어머~! 잘 어울리시네요. 사모님이 사주신다고 하시잖아요. 호..
두부 한 모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두부 한 모 - 까만 비닐 주머니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따끈따끈한 두부가 들어 있습니다. 두부가 무지하게 큽니다. 가로 17센티, 세로 13센티 두께 10센티. 이른 아침인데도 이 두부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냐고요? 단 돈 2천 원입니다. 마누라의 명령으로 이른 아침 이웃 재래시장에서 두부 한모를 사 가지고 '달랑달랑' 흔들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말 잘 듣는 8학년 생입니다.
분위기 망치는 마누라 되돌아본 삶 " 분위기 망치는 마누라 " 케케묵은 옛날 사진 꺼내보다 혼자서 킬킬 웃었다. "뭐하고 있어? 빨리 이리 와서 고춧가루 좀 더 넣어줘!" 사진 속 저 마누라. 지금 주방에서 오이소박이 담그다가 꽥꽥~! 소리 지른다. 어이구~ 분위기 망치는 마누라. 내가 정말 못살아다!
아내의 이름은 '마눌님'이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아내의 이름은 '마눌님'이다 - 여기 내 앞에 가까이 있는 여자를 소개한다. 아내 평생, 손에 물 안묻혀 살게하겠다고 철썩같이 약속한 나의 여자다. 그녀의 이름은 '아내'도 아니고 '마누라'도 아닌 '마눌님'이다. 내 어찌 감히 백수, 삼식이주제에 '마누라'로 낮춰 이름을 부를 수 있는가? 결혼 첫해엔 '현자'씨 라고 부르다가 첫 아이 낳고는 '현자 엄마'라고 불렀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어찌어찌 백수가 된 후 철도 없이 이름 빼고 '마누라'라고 불렀다. 내몸의 간덩이가 쇳덩이처럼 굳어 졌을 때였다. 그 얼마 뒤 나는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rtha) 부처처럼 허울 좋은 내 처지를 깨닫게 되었다. 즉시 '마누라'를 개명해서 '마눌님'이라는 존칭어를 썻다...
마누라가 짜증나면...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가 짜증나면... - 인마! 그 나이에 마누라 옆에 붙어 있으려면 음식이 짜네, 싱겁네 투정 부리지 마. 그리고 국이나 찌개 국물을 식탁에 흘리지도 말고. 마눌이 짜증나면 국도 찌개도 없는 마른 반찬을 줄 수도 있단 말이야. 밥 먹고 나서 물도 네가 직접 따라 먹어.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 해. 지금 네 위치가 마눌에게 물심부름시킬 나이가 아니라는 걸 왜 모르니? 설거지? 누가 하냐고? 인마! 그걸 말이라고 해? 밥숟갈 놓자마자 얼른 빈 그릇 챙겨 개수대에 집어넣고 수세미에 세제 묻혀 깨끗하게 설거지 마무리한다는 거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앞에 앉은 친구 녀석이 내 술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라주면서 어렸을 때 엄마처럼 야단 세례를 마구마구 퍼붓는다. 어휴~! 어휴~!
마누라에게 졌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에게 졌다 - 나는 죽을힘을 다해 용심을 썼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일이었다. 아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몸을 타고 오르더니 머리 꼭대기에 올라섰다. "당신, 아직 모르는 거야? 남자가 여자에게 정복당해야 가정이 평화롭다는 거. 억울하지 않지? ㅋㅋㅋ" 아내는 통쾌하게 웃음을 날렸다. 졌다!!! 나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처음부터 아내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크나 큰 나의 오산이었다.
걷기 운동해요! "어휴~ 8학년이랍니다!" - 걷기 운동 - “여보! 마트에 가서 파 한 단만 사 올래요? 깜빡 잊었네” “그래요. 갔다 올게” 나는 냉큼 일어나 마트에 가서 파 한 단을 사가지고 왔다. 마트까지는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다. “어마! 어쩌지? 들기름도 떨어진 걸 몰랐어. 한번 더 갔다 오면 안 될까? 당신 운동되고 좋잖아요.” 나는 또 냉큼 일어섰다. 싫은 표정 1도 없이. 마누라 말이 틀린 곳은 하나도 없다. 집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짧은 거리라도 걸으면 운동되어 좋고 마누라 부탁에 군말 없이 심부름해 주어서 좋기 때문이다. "여보! 또 잊은 거 없어요?" 나는 운동화 끈도 풀기 전에 주방에 있는 마누라를 어린아이처럼 조르고 있다. 어휴~ 8학년 나, 이렇게 변하다니...
왜 마누라가 무서울까?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왜 마누라가 무서울까? - 한 노인에게 물었다. "90세 이후까지도 부인에게 다정히 darling! honey! lover!라고 부르시는데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노인 왈, "마누라 이름을 10년 전에 까먹었는데 무서워서 물어보질 못했어..." 시중에 떠도는 유머를 듣고 웃고 말았다. 그러나 이게 웃을 일인가? 오늘 아침에 나도 마누라 앞에 다가서서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분명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왜 마누라 앞에서만 서면 남자들은 지레 겁을 먹을까? 마누라의 사나운 눈초리에 기가 꺽여서? 어휴~ 이 식은땀을 어떻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