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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
결혼, 장미침대가 아니다 결혼은 현실생활과 같다. 다시 말하면 장미 침대가 아니라 전쟁터다. (스티븐슨 Robert L. Stevenson) 1850-1894 영국시인, 소설가, 수필가
염장질하고 있는 마누라 "헤영이 있잖아. 그 애 남편이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단다. " "동현이는 남편과 같이 동유럽 9박 10일 여행 갔다 왔대나, 뭐라나. 팔자도 좋은 년이야!" "현순이년 다음 주 토요일에 내기 골프 친다고 나 보고도 필드 나가자고 슬슬 꼬시잖아" "계집애들, 아침부터 누구 가슴에 염장질 하고 난리들이야." 마누라는 전화를 받다 말고 핸드폰을 소파에 획~ 던지고는 왕창 구겨진 인상으로 심통 사납게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데, 마눌아! 지금 자기야말로 삼식이 남편 앞에 두고 염장질 하고 있다는 거 알아? 몰라?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의 '나의 일러스트 칼럼'이다. 몇 회분 되지 않지만 블로그에 틈틈이 다시 올린다--
부부 사이에 제일 무서운 말 "요즘 들어서 당신과 내가 싸우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는 무척 걱정이 돼. 겁이 나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내가 당신을 포기할 것 같아서 말이야 " 부부 사이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라고 한다 당신은 무섭지 않은가?
마누라의 외출 "누구 만나러 나가?" "집엔 언제 들어오는데?" "내 밥은?"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마누라에게 절대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남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마누라에게 물어봤자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마누라의 매서운 눈초리, 자조의 한숨, 일그러진 분노뿐인데 말이다. "내 걱정일랑은 하지 말고 친구들과 마음 편하게 즐겁게 놀다 와요. 사모님" 이렇게 말하면서 내 안면에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덧칠해야 한다. 백수, 삼식이 노릇 수삼년에 얻은 나만의 노하우다. 비쌀 이유도 없다. 노하우 공짜로 줄 테니 원하는 사람들 다들 가져라.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의 '나의 일러스트 칼럼'이다. 몇 회분 되지 않지만 블로그에 틈틈이 다시 올린다--
딸년 땜시롱 항시 꺽정이여 써글년! 남편한테 앵기니까 좋아가꼬 죽는구만 그려. 그동안 참고 사느라 을매나 심들언냐? 그려~! 니가 좋아하는 남자니께 이젠 죽으나 사나 김서방헌티 몸뗑이 매껴. 내가 봉께 김서방 맨치로 가슴 널븐 남자도 시상에 읍당께. 아마도 지 색씨헌틴 옴싹달싹도 못할 거 같어야. 그래서 솔찌기 이 엄니도 기분이 나이스여. 히히. 글고 이년아! 착한 남자 만났응게 지~발 니년 지랄맞은 성깔 좀 팍팍 죽이고 서방헌티 잘혀라. 이 엄니 간땡이 밖으로 뛰어나오지안케 잘 혀란 말이여. 글고 살림살이 매콤달콤 짠순이같이 잘혀서 빨랑빨랑 집사가꼬 옴팡지게 잘 살으야지. 알아듣건냐? 아이고~ 시집 보내노코도 항시 꺽정이여. 딸년 땜시롱.
백수와 살림살이 "청소 정도는 나도 할 줄 알아" 백수 주제에 집안일을 온통 마누라가 도맡아 한다는 것이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솔선해 마누라에게서 청소기를 넘겨받았다. 얼마 안 있어 마누라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일을 부탁했다. "기왕이면 세탁기 돌리는 것도 도와줘' 그래서 세탁물도 넘겨받았다. 어제는 여고 동창생 모임이 있어서 나가야 한다고 마누라는 나에게 전기밥솥을 안겨주면서 밥 짓는 방법을 알려줬다. 큰일이다. 하나 정도는 괜찮았지만 두세 가지 넘게는 부담된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을 나한테 넘길 것인지 두렵다. 이러다 집안 살림 통째로 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백수라는 죄'가 참 무섭다.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의 '나의 일러스트 칼럼'이다. 몇 회분 되지 않지만 블로그에 틈틈이 ..
부부, 어느 한쪽은 바보다 모든 부부는 남편과 아내가운데 어느 한쪽은 반드시 바보다. (필딩 Henry Fieding) 1707-1754 영국 소설가
마누라의 웃음 마누라님이 웃었습니다. 마누라가 웃은 게 뭐 그리 신기한 일이냐고 하겠지만 나한테는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었습니다. 내가 백수 되고도 한참을 그늘진 얼굴만 보았는데 오늘 어쩌다 본 마누라의 저 환한 웃음은 나로 하여금 가슴 설레게 했습니다. 새까맣게만 물 들은 내 마음속에 이리저리 엉켜있었던 그 많은 수심이 신기하게도 한꺼번에 시원하게 풀어졌습니다. "그래그래, 당신은 웃어야 예쁘다니까. 그 예쁜 얼굴을 왜 허구한 날 찡그리고 살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 마누라가 귀담아 들었는가 봅니다. 웃던 얼굴을 살짝 돌리더니 입을 삐죽이며 눈을 흘깁니다. 아~!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직도 이놈의 삼식이는 영 밉지 않은가 봅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마누라바보'입니다.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