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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걸작선

백수와 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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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정도는 나도 할 줄 알아"

백수 주제에 집안일을 온통 마누라가 도맡아 한다는 것이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솔선해 마누라에게서 청소기를 넘겨받았다.

얼마 안 있어 마누라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일을 부탁했다.

"기왕이면 세탁기 돌리는 것도 도와줘'

그래서 세탁물도 넘겨받았다.

 

어제는 여고 동창생 모임이 있어서 나가야 한다고

마누라는 나에게 전기밥솥을 안겨주면서 밥 짓는 방법을 알려줬다.

 

큰일이다.

하나 정도는 괜찮았지만 두세 가지 넘게는 부담된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을 나한테 넘길 것인지 두렵다.

이러다 집안 살림 통째로 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백수라는 죄'가 참 무섭다.

 

 

<중앙일보 2018년 6월 4일>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의 '나의 일러스트 칼럼'이다.

몇 회분 되지 않지만 블로그에 틈틈이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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