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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님이 웃었습니다.
마누라가 웃은 게 뭐 그리 신기한 일이냐고 하겠지만
나한테는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었습니다.
내가 백수 되고도 한참을 그늘진 얼굴만 보았는데
오늘 어쩌다 본 마누라의 저 환한 웃음은 나로 하여금 가슴 설레게 했습니다.
새까맣게만 물 들은 내 마음속에 이리저리 엉켜있었던
그 많은 수심이 신기하게도 한꺼번에 시원하게 풀어졌습니다.
"그래그래, 당신은 웃어야 예쁘다니까. 그 예쁜 얼굴을 왜 허구한 날 찡그리고 살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 마누라가 귀담아 들었는가 봅니다.
웃던 얼굴을 살짝 돌리더니 입을 삐죽이며 눈을 흘깁니다.
아~!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직도 이놈의 삼식이는 영 밉지 않은가 봅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마누라바보'입니다.
<중잉일보 2018년 6월 18일>
-- 몇 년 전에 연재했던 중앙일보의 '나의 일러스트 칼럼'이다.
몇 회분 되지 않지만 블로그에 틈틈이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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