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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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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일주일 대화 없이 살아봤다 남편과 일주일 대화 없이 살아봤다. 부부 사이에는 뭐니 뭐니 해도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아주 쉬운 얘기다. 그러나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는 부부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부부 중에서도 특히나 남편들이라는 사람들이 더욱 그렇다. 부부가 살을 맞대어 살다 보면 때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얽힐 때가 있다. 얼마 전, 남편과 트러블로 일주일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 대화 없는 처음엔 약이 바짝바짝 올라 못 살 것 같았는데 마음을 비우니까 진정이 되었다. - 끼니때마다 국 걱정, 반찬 걱정하지 않아 너무너무 좋았다. 밥 먹을 때마다 남편이 알아서 챙겨 먹었다. - 나는 침대에서 남편은 방바닥에서 자니 침대가 운동장이다. 거칠 것이 없어 오랜만에 마음대로 뒹굴었다. - ..
남편은 미완성 조립품 남편은 미완성 조립품 상태로 나에게 왔다. 그런 남편을 하루하루 조금씩 조립해보지만 앞으로도 10년, 20년... 언제 완성될지도 모른다. 세상 남자들 모두 똑같다고 해서 물릴 수도 없다. - 썩을년넘들, 강춘 글 그림-
kbs-tv 힛트 드라마 '여로'의 타이틀 문득 50년 전의 스크랩북을 먼지를 툴툴 털어내고 한 장씩 넘겨본다. '여로'의 타이틀 스케너가 불쑥 튀어나온다. KBS-TV 드라마 '여로' 이남섭 극본 연출 남산 kbs-tv시절 어느 날이었다. 故 이남섭 pd가 미술실 문을 열고 빙긋 웃으며 내 책상 앞으로 다가온다. "강형! 이번 작품은 강형이 타이틀을 맡아서 써 줘야겠어요" 그래서 태어난 연속극 타이틀 '여로'였다. 당시는 흑백시절이라 회색 마닐라 보드지에 Negative(뒤집어)로 그려야했기에 주인공 태현실씨의 얼굴 그리기가 그리 수월치 않았다. 더구나 '여로'의 로고체는 몇십 장의 몇십 장의 스케치 끝에 이 pd가 OK 한 것이었다. 한 회 두 회가 방영되면서 역대 드라마 사상 최고의 히트작이 될 줄은 이감독도 나도 아무도 몰랐다. '여로'라..
강인춘작가 강인춘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군포시 문화예술과 박물관 조성팀입니다. 군포시는 올해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그림책 라키비움을 준비 중이며, 그림책 자료 수집 및 보존, 전시, 교육 및 여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그림책 구술 기록 채록화’ 사업을 시작하려 하는데요. 한국 그림책 역사에 공헌한 분들과의 면담, 녹취록 작성, 동영상 촬영 및 공개를 기획 중이며, 여기서 나온 산출물들로 작가 아카이브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내부 회의 결과 강인춘 작가님께서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분으로 선정되셔서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며칠 전에 군포시청 문화예술과에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아마도 나 자신이 80 넘은 고령이라 세상 떠나기 전에 한국 어린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자나온 발자취를 영..
실로폰속의 아이들 1996년에 그렸던 일러스트다. 당시 최고의 인기 동화 작가 이규희 님이 글을 쓰시고 내가 그림을 맡아 에 100회 동안 연재를 했던 작품이다. 타이틀은 다행히도 그림 원고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몇 년 전에 '행복한 그림책 연구소' 소장 정병규 씨에게 넘긴 것 같다. 흑백으로 그린 그림이었지만 나름대로는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이제 그런 기백이 다시 솟아날 수 있을까? 펜으로 먹물을 찍어 선을 그었고 거기에 4B 연필로 문질러 흑백 색깔의 농도를 더했다. 역시 컬러 못지않는 질감을 살려보는 재미가 솔솔 있었다. 켄트지의 거친 표면으로 인해 생기는 묘한 마티에르로해서 생각지도 못한 즐거운(?) 효과가 나타나서 그림 작업에 흥을 돋웠다. 엊그제 일 같았는데 벌써 26년 전 일이다. ..
창밖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창밖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참을... 요즘 자주 그런다.
그 놈의 情때문에... 푸팅 된 컴퓨터에 '포토샵'을 열어놓고 그림을 그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러나 그것은 오직 마음뿐. 거의 한 달 동안을 빈 컴퓨터 화면만 멍 때리고 있었다. 기력이 쇠진해진 것이다. '코로나19' 확진 후유증. 남들은 모두 거뜬히 치렀다지만 나는 심한 기침과 가래로 몸을 잘 가누지 못했었다. 팔십이 넘은 나이 탓이었다. 다행이랄까? 요 며칠, 기침이 뜸해지고 가래는 없어졌다. 다시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잖아" 나는 켜진 컴퓨터에 마우스를 또 잡는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끈질긴 생명력에 고마워하면서 새 연재에 골돌 한다. ------------- "그놈의 情 때문에..." 이번 연재는 내 평생 그렸던 '부부' 이야기를 추려 하나로 묶어 새로운 그림체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건강..
광화문 뒷골목의 추억 광화문 뒷골목의 추억 무심코 전화번호 수첩을 들여다볼 때마다 나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속에 들어있는 한 사람, 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빛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러스트레이터 '강인춘' 그는 내게 어떤 느낌으로 남아 있을까? 그한테는 늦가을 해질 무렵 시골 농가의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오 오르는 저녁 연기같은 푸근함이 느껴진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까? 그에게는 때깔 고운 도시 냄새보다는 어딘가 어눌하고 순박한 전원풍의 인간미가 풍겨 난다. 그렇다. 그는 자기가 그린 그림들과 참 많이 닮은 사람이다. 그가 그린 그림 속 주인공들이 오지그릇처럼 편안하고 유년 시절 함께 살았던 이웃을 보는 것 같은 정겨운 느낌을 주는 것처럼 그는 언제 보아도 따뜻한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