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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
삼식이는 변명한다 삼시세끼 꼬박 챙겨먹는 나를 보며 마눌이 입을 삐죽이며 눈을 흘긴다. 미안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살기위해 악착같이 먹으려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남편은 세월을 잊어버린 푼수였다 어제였다. 마눌의 생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눌과 나의 결혼기념일도 아니었다. 그냥 집 가까이 오다 문득 꽃집의 프리지어가 예뻐 보여 한 다발 샀을 뿐이다. - 어머! 웬 꽃다발! - 당신 무슨 좋은 일 있어? - 꽃향기가 좋아! - 호호호. 옛날 생각 나. 마눌이 활짝 웃으며 반길 줄만 알았..
아내의 변덕스러움을 본다 석진씨! 오빠! 아빠! 자기야! 예은아빠! 소갈딱지야! 마눌이 부르는 내 이름의 화려한 변천사다. 결코 마눌의 변덕스러움은 아닐 것이다라고 나는 믿고 싶다.
황혼이혼 하겠다는 아내 당신,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초본 뗄 줄 알아? 당신, 버스타고 내릴 때 교통카드 쓸 줄 알아? 당신, 마트에 가서 무거운 카트 누가 끌 거야? 당신, 음식물쓰레기 버릴 줄 알아? 당신, 식탁에서 혼자 밥 먹으면 초라하다고 했잖아. 당신, 손목 아파서 설거지가 힘들다며? 당신, 한밤중에 누가 ..
백수의 웃기는 변덕스러움 어제 먹던 시래기 국 남았으니 알아서 챙겨먹어요. 나,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마눌은 그렇게 말하면서 휙~ 현관문열고 나갔다. 딸네 집 김친가 뭔가 담가준다는 짧은 말만 남겨놓고. 그래, 좋다 좋아! 인상만 팍팍 쓰는 악마할멈 없어졌으니 만세라도 불러야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나와 똑같은 삼식이 얼굴 보기 싫어 동창모임, 친구모임, 퇴직사우모임 같은데도 부지런히 돌아다녀봐. 움직여야 건강해진데. 마눌의 저 고운 말이 왜, 장미가시처럼 내 살갗을 아프게 콕콕 찌를까?
너, 늙어봤니? 그래, 나는 껌 딱지다. 마눌 몸에 딱 달라붙어 삼시세끼 챙겨먹는 껌 딱지다. 왜? 어쩔래? 너, 늙어봤니?
남자는 아침에 눈 뜨면 밖으로 나가야 남자란 아침에 눈뜨면 돈을 벌든 안 벌든 현관문 활짝 열고 밖으로 나가야한다. 마눌의 엄한 지론이다. 이 추운 엄동설한에 코트 깃 바싹 세우고 오늘은 어느 쪽으로 나가야할 지 눈앞이 막막하다. 오~ 하느님! 삼식이를 이제 그만 굽어 살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