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미완성 조립 상태로 나와 결혼했다.
그런 남편을 내 방식대로 맞추어 조금씩 조립해 본다.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꿈이 있었다.
신혼생활에서부터 내 나름대로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해서
우리만의 행복의 꿈을 빨리 이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편을 다시 조립하다 보면
어느 때는 참으로 난감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립상태가 너무 엉성했기에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그래도 나, 나름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오늘도 한 조각 한 조각을 정성스레 다듬어 끼어 맞춘다.
과연 내 마음에 맞는 남편의 조립은 언제 완성될지...
어쩌면 친정 엄마가 알게 되면
지나친 과욕이라고 한 바가지 욕을 먹을 지도 모른다.
"오매! 어찌 까? 지집아야.
참말로 느자구 없는 욕심을 부리는구먼.
내가 니들 사는 거 지켜 봉께 니는 껀덕 허면 못난 냄편 탓이라고
어쩌고저쩌고 하능디 지발 함부러 껄떡대지 말어.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개성이 있게 태어 났능디
그걸 니 맘에 꼭 맞게 억지로 맨들라고 허면 되겄냐?
부부라는 건 어느 한쪽이 모자라면 내 한쪽을 떼어다가
서로 어울리게 맞춰가면서 사는 것인디
어찌 싸가지읎게 니 욕심만 챙기면 되것냐?
니는 빈틈 하나도 읎는 완벽한 인간이여?
시상에 완벽한 인간은 읎당께.
글고 완벽한 인간은 인간미가 읎어.
사람 냄새가 읎고 기계 냄새만 나는 로보트란 말이여.
지집아야?
냄편을 탓하기전에 우선 니 자신부터 흠이 없는지 돌아보란 말이여.
참말이여. 시상 암끗도 모르는 놈이
지 맴대로 하는 것 맨큼 무서운 게 없고 마임.
먼 말인지 알아듣건냐?"
엄마의 완벽(?)한 잔소리는 오늘도 끝이 없다.
이번에도 내 생각이 또 틀렸나 보다.
<깍지외할미는 이번회가 마지막입니다>
증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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