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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 하겠다는 아내 당신,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초본 뗄 줄 알아? 당신, 버스타고 내릴 때 교통카드 쓸 줄 알아? 당신, 마트에 가서 무거운 카트 누가 끌 거야? 당신, 음식물쓰레기 버릴 줄 알아? 당신, 식탁에서 혼자 밥 먹으면 초라하다고 했잖아. 당신, 손목 아파서 설거지가 힘들다며? 당신, 한밤중에 누가 ..
백수의 웃기는 변덕스러움 어제 먹던 시래기 국 남았으니 알아서 챙겨먹어요. 나,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마눌은 그렇게 말하면서 휙~ 현관문열고 나갔다. 딸네 집 김친가 뭔가 담가준다는 짧은 말만 남겨놓고. 그래, 좋다 좋아! 인상만 팍팍 쓰는 악마할멈 없어졌으니 만세라도 불러야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나와 똑같은 삼식이 얼굴 보기 싫어 동창모임, 친구모임, 퇴직사우모임 같은데도 부지런히 돌아다녀봐. 움직여야 건강해진데. 마눌의 저 고운 말이 왜, 장미가시처럼 내 살갗을 아프게 콕콕 찌를까?
너, 늙어봤니? 그래, 나는 껌 딱지다. 마눌 몸에 딱 달라붙어 삼시세끼 챙겨먹는 껌 딱지다. 왜? 어쩔래? 너, 늙어봤니?
남자는 아침에 눈 뜨면 밖으로 나가야 남자란 아침에 눈뜨면 돈을 벌든 안 벌든 현관문 활짝 열고 밖으로 나가야한다. 마눌의 엄한 지론이다. 이 추운 엄동설한에 코트 깃 바싹 세우고 오늘은 어느 쪽으로 나가야할 지 눈앞이 막막하다. 오~ 하느님! 삼식이를 이제 그만 굽어 살피소서.
수고했네요, 당신! “수고했네요, 당신!” 김장하는 날 아침부터 녜~ 녜~! 하며 이일저일 거들어주었다고 마눌이 축 늘어진 나를 향해 던진 인사치레다. 아~! 이 얼마 만에 들어보는 따스한 말이냐. 절임배추 10박스 나르느라 굳어있던 온몸이 봄날 햇볕에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린다. 짜샤! 삼식이도 아주 가..
자기야! 파 한 단만 사다 줘! 자기야! 요 앞에 마트에 가서 파 한 단만 사올래? 깜박 잊고 파를 안 샀네. 에구, 에구~! 썩을넘의 마눌아! 그러기에 내가 뭐라 했어? 장보러 갈 때 빼먹지 말고 하나하나 잘 챙겨서 사라고 했잖아! 아파트 후문 앞 간이마트에서 파 한 단 달랑 사들고 구시렁대면서 집으로 뛰어오는 내 모습...
마눌과 나는 가끔 이렇게 논다 마눌이 아침 수영 끝나고 곧바로 카톡으로 집에 죽치고 있는 나에게 명(命)을 날렸다. - 택배 오면 받아줘. 샴푸니까! 점심 먹고 갈 거야! 나는 쫄았다. 하지만 이모티콘으로 한번 윽박질렀다. - 부셔버리가써! - 으앙~! 마눌은 이모티콘으로 약한 체 했다. - 닥치라우! 나, 어디서 이런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