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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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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가 나를 사랑하나 봐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눌님이 나를 사랑하나 봐 - 아파트 산책길. 반환점을 막 도는데 "따르르륵!" 스마트폰 벨이 울린다. 마눌님이다. “집에 들어올 때 목이버섯 한 팩만 사 와!” “목이버섯? 그게 뭔데?” “그냥 마트에서 목이버섯 달라고 하면 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사가지고 오라는 마눌님의 명령이다. 잠깐 선채로 목이버섯을 검색해 봤다. 오우! 웬일이야? 며칠 전부터 잡채타령을 했더니 그게 먹혀들어 갔나 보다. 마트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왜 이렇게 빨라지지? 그래도 마누라가 이 삼식이가 밉지 않았나 봐. 좋아하나 봐. 아니, 사랑하나 봐. ㅋㅋㅋ... 자존심마저 1도 없는 여기 백수는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어휴~!
'삼식이 남편' 인기 1위는?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삼식이 남편' 인기 1위는? - 삼식이 남편 중에서 인기 1위는 매일 집 비워주는 남편이란다. 마눌이 친구 모임에서 들은 얘기라면서 그제도 얘기했고, 어제도 얘기했다. 그런데 오늘은 또 은근 슬쩍 흘리듯 이야기를 쏟는다. 그래, 그래! 알았다니까! 한번만 말해도 알아들었거든! 아아~! 내일 아침에라도 나, 영원히 눈뜨지 말았으면...
아내의 김치찌개 맛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아내의 김치찌개 맛 - "오늘 김치찌개가 왜 이렇게 짜지?" 한마디 툭 뱉고 싶었지만 그냥 묵묵히 참고 먹어야만 했다. 마누라가 삼시세끼 해주는 찌개, 국, 반찬들... 싱겁네~! 짜네~! 군소리하지 말자. 조금 짜면 물 한 컵 먹고 조금 싱거우면 반찬 중에 짠 음식 골라 중화시켜 먹으면 된다. 삼시세끼 음식 해주는 마누라의 신경을 괜히 곤두세울 필요는 없다. 나이 늙도록까지 남편 위한다고 끼니때마다 앞치마 두르고 정성을 다하는 마누라의 성의가 어디냐? 이 나이에 감지덕지해야지 눈치 없이 투정을 부린다는 것은 정말 철없는 아이 짓이다. 알아차렸냐? 8학년아!
나, 이뽀? "어휴~ 8학년이랍니다!" “나, 이뽀?” “나, 늙었지?”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세상의 마누라들은 남편을 향해 느닷없이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죄 없는 불쌍한 남편들은 속된 말로 미친다. 양심상 거짓말을 못해 꾸물대고 있으면 마누라들은 즉시 반격으로 들이닥친다. “왜 말 못 해? 정말 한물갔다 이거지? 몰라! 몰라! 모두 잘난 당신 때문에 요 모양 요 꼴이란 말이야” 젊으나, 늙으나 마누라들은 한결같이 고양이 눈으로 흘기고 입을 삐죽이는 것은 너나없이 똑같다. 남편들은 억울하다. 매번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가슴속 '배알'이 참다못해 내 등짝을 한대 갈기며 코치해 준다. “그래, 아직도 이쁘다 이뻐! 그 이쁜 게 어디로 도망갈 리가 있어?” 겉으로 험악한 인상을 그리며 쏘아..
마누라의 한숨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의 한숨 - "집에 두고 나오면 근심덩어리. 같이 나오면 짐덩어리. 혼자 내보내면 걱정 덩어리. 마주 앉으면 웬수덩어리" 마누라는 뒤돌아 앉아 긴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래 맞아. 내가 어쩌다 요모양 이 꼴의 신세가 되었을까? 생각할수록 기가 탁탁 막힌다. 젠장~!" 나도 질세라 마누라등 뒤에서 들릴락 말락 한숨을 푹~푹~ 내려 쉰다.
남자의 울분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남자의 울분 - "부부싸움하고 나서 남편에게 자기 잘못을 먼저 사과하는 여자가 통계학적으로 볼 때 100명 중 한 명이 있을까 말 까래. 젠장, 이건 너무 공평하지 않잖아! " 녀석은 소주잔을 원 샷으로 들이키며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말을 왈칵 내쏟았다. 울분도 함께 푸다닥 쏟아냈다. "반갑다. 짜샤! 너도 이제야 인생 도통했구나! 그게 바로 도도한 여자의 '위세'라는 거야!" 남자는 술잔을 들어 녀석의 술잔에 꽝~! 부딪치면서 자기 가슴속 꽁꽁 엉클어져 쌓여있었던 한(恨) 덩어리도 함께 후련하게 풀어버렸다.
남자 인생이란... "어휴~ 8학년이랍니다!" 찌질이 1. "인마! 늙으면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 마누라에게 밥 줘! 물 줘!라고 호령할 위치가 아니라는 거 빨리 알아채야 하거든" 찌질이 2. "그나마 마누라 옆에 붙어 있으려면 음식이 짜네! 싱겁네! 투정도 금물이지" 찌질이 3. "국이나 찌개 국물을 먹을 때 밥상에 흘리지 마. 마누라가 짜증 나면 마른반찬만 줄 수도 있으니까" 찌질이 4. "설거지 누가 하느냐고? 그야 당연히 내 차지지. 평생을 마누라가 손에 물 담가 왔잖아" 오늘도 우리 찌질이들은 변함없이 마포 공덕시장 순댓국집에 모였다. 소주잔들이 몇 순배 돌아가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찌질이 본연의 목청들을 하나씩 토해내기 시작한다. 마누라 앞에서 쩔쩔매는 자신들의 신세 한탄들이다. 인생 8학년이 되고 ..
더는 삶에 버둥거리지 말자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더는 삶에 버둥거리지 말자 -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 좋고 하고 싶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생전에 두 작가는 이렇게 '늙음'에 초연했다. 그러면서 온몸으로 '늙음'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나는 어떠한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라도 철이 들었으면 두 작가의 ‘따라쟁이’가 되자. 8학년에 들어선 나. 내 '늙음'에 서러워 말자. 지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