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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8학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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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한테서 전화 없어?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아이들한테 전화 없어? - "아이들한테서 전화 없어?" "바쁜가 봐요" "바쁘기는... 전화하는 데 몇십 분이 걸리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요" "됐어! 고얀 것들!" "어휴~ 성질치고는... 쯧!" "내가 무슨 성질을 냈다고 그래' "그게 성질 아니고 뭐래?" "그게 왜 성질이야?' "어휴~ 내가 참고 말지" 애정과 애증이 섞여있는 7,8학년 부부들의 일상 대화는 심심치 않다. 멀지 않은 훗날, 한 사람은 가고 혼자가 되면 그나마 그런 토닥토닥 대화마저도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너무 허전하지 않을까? 그래, 지금 옆에 내 사람이 있을 때 토닥토닥 많이, 많이 싸우자.
무지개다리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무지개다리 -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의 벨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얼른 들어 받기가 겁이 났다. "나, 영진이야. 종근이 그 넘도 방금 무지개다리 건넜다고 전화받았어" "......................." 그래, 또 한 넘 갔구나. 이제 몇 넘이나 남았지? 이래, 저래, 전화받기가 정말 겁이 난다.
마누라의 한숨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의 한숨 - "집에 두고 나오면 근심덩어리. 같이 나오면 짐덩어리. 혼자 내보내면 걱정 덩어리. 마주 앉으면 웬수덩어리" 마누라는 뒤돌아 앉아 긴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래 맞아. 내가 어쩌다 요모양 이 꼴의 신세가 되었을까? 생각할수록 기가 탁탁 막힌다. 젠장~!" 나도 질세라 마누라등 뒤에서 들릴락 말락 한숨을 푹~푹~ 내려 쉰다.
3층에 사는 녀석아! "어휴~ 8학년이랍니다!" - 3층 녀석아! - 아파트 11층에서 탄 엘리베이터는 잘 내려가다가 3층에서 멈췄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녀석은 고개를 숙인 채 들어서더니 곧장 문 쪽을 향해 돌아선다. 녀석은 오늘도 변함없이 헐렁한 러닝셔츠에 잠옷 바지 차림새다. 맨발에 그 흔한 까만 세줄 슬리퍼까지 변함이 없다. 옆에서 본 턱수염은 듬성듬성 제멋대로 자라나 흉한 꼴을 더욱 부추긴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 시간쯤이면 나는 운동 가방을 들고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헬스장으로 가는 시간이다. 녀석과는 가끔 이렇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우하지만 볼 때마다 왜 불쾌해 보이는지... 아마도 내 나이보다 5, 6년 정도 아래로 보이는데도 녀석의 행동거지는 80살을 훌쩍 넘어선 꾀죄죄한 늙은이로 보인다. 8층..
노년은 젊음보다 아름답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노년은 젊음보다 아름답다 - 우리 집의 아침은 늦게 밝는다. ​일흔여덟 살의 영감과 일흔 줄의 마눌이 사는 집, ​출근 길이 바쁜 직장인도, 학교에 늦을 학생도 없으니 ​동창(東窓)의 햇살이 눈이 부실 때 까지 마음 놓고 잠에 취한다. ​노년에 들면 초저녁 잠이 많아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된다는데 우리 내외의 수면 형태는 여전히 젊은이 같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마누라는 쿨쿨 자지만 영감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러나 얼마든지 게을러도 괜찮은 나이 ​늦은 아침을 맞이 할 때마다 나는 내게 찾아온 노후를 예찬한다. ​식사준비도 간단하다. 잡곡 밥에 된장국, 그리고 김치와 시골에서 가져온 푸성귀, 생선 한 토막이 전부다. ​마눌은 영감에게 초라한(?) 밥상을 내밀며 자랑..
오늘 하루 또 뭐하지?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오늘 하루 또 뭐 하지? - 눈을 떴다. 창밖으로 어렴풋이 흩어져가는 어둠이 보이면서 '두두둑...' 소리가 들린다. 굵은 빗소리다. 장마가 시작되려나... 오늘하루 또 뭐 하지? 멀뚱멀뚱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남자란 아침에 눈뜨면 밖으로 나가야 돼!" 인상 팍팍 긁는 마누라의 얼굴이 이불속 파묻힌 동공에 갑자기 들이닥친다. 화들짝 놀라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렸다. 그 새 허약해졌나? 웬 식은땀이 한바가지네.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라 "어휴~ 8학년이랍니다!" - 사랑의 밧줄 -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라. 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당신 없는 세상을 단 하루도 나 혼자서 살 수가 없네. 바보같이 떠난다니, 바보같이 떠난다니 나는 어떡하라고.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가수 김용임의 이란 가사다. 유행가 가사라고 해서 모두 다 유치하다는 생각을 버리자. 정말로 너와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이기를 바랐던 적이 있었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한 적이 정말로 있었다. 그래서 라는 이름으로 엮어 다시 태어난 우리들이다. 이제 숱한 세월이 덧없이 지난 오늘. 그 꽁꽁 묶었던 밧줄을 안간힘을 쓰면서 제발 풀었으면 하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다. "세상에 별넘 있을 ..
남자의 울분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남자의 울분 - "부부싸움하고 나서 남편에게 자기 잘못을 먼저 사과하는 여자가 통계학적으로 볼 때 100명 중 한 명이 있을까 말 까래. 젠장, 이건 너무 공평하지 않잖아! " 녀석은 소주잔을 원 샷으로 들이키며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말을 왈칵 내쏟았다. 울분도 함께 푸다닥 쏟아냈다. "반갑다. 짜샤! 너도 이제야 인생 도통했구나! 그게 바로 도도한 여자의 '위세'라는 거야!" 남자는 술잔을 들어 녀석의 술잔에 꽝~! 부딪치면서 자기 가슴속 꽁꽁 엉클어져 쌓여있었던 한(恨) 덩어리도 함께 후련하게 풀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