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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8학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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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라는 자리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남편'이라는 자리 - 어느 날부터인가 마누라는 나의 승낙도 없이 수시로 내 몸속에 불쑥 들어와 이구석 저 구석을 샅샅이 훑어보고 뒤진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무척 당황해했다. '애정 담긴 관심' 마누라는 몸 밖으로 나오며 살짝 윙크를 던지며 웃었다. '마누라'라는 지위는 항상 남편의 상위에 있는 것일까? 가정의 평화를 위해 당하고 있어야만 하는 '남편'의 자리가 오늘따라 망망 고도에 떠있는 것처럼 외롭다.
마누라의 외출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의 외출 - - 누구 만나러 나가? - 몇 시에 들어와? - 내 저녁밥은?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여는 마누라에게 절대로 이렇게 묻는 바보남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마눌의 매서운 눈초리, 자조의 한숨, 일그러진 분노뿐인데 "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즐겁게 놀다 와요. 마눌님!" 이렇게 말하면서 찌그러진 내 안면에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덧칠하기로 했다. 나는 참 영리한 삼식이, 백수다.
내 집이 극락이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내 집이 극락이다 - 직장 은퇴하고 곧장 들어온 내 집이었건만 처음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꼭, 교도소에 들어 온 기분 아실까? 십 수년이 지난 지금은 낙원으로 변했다. 어쩌다 박박 긁는 교도관(마누라)마져 없는 날엔 극락이 따로 없다. ㅋㅋㅋ...
그 시절 꿈결 같은 내 말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그 시절 꿈결 같은 내 말들 - - 여보, 재떨이! - 여보, 커피! - 여보, 밥! - 여보, 물! 이 모두 다 마누라의 고양이 눈길에 주눅 들어 한낱 꿈결 같은 말들이 되었다. 아~~~! 8학년의 '백수'는 오늘도 그 시절 그 말들이 그립다.
마누라 손에 잡혀 산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 손에 잡혀 산다! - “인마! 너 마누라 손안에 잡혀 산다면서?” “웃겼어, 잡히긴 내가 왜 잡혀?” 남자들 흔히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서 내 쏟는 푸념들이다. 이럴 땐 그냥 “그래, 마누라 손에 잡혀 산다!”라고 인정해라. 창피한가? 분통 터지는가? 억울한가? 친구야! 진정해라. 사실 몰라서 그렇지 남자들, 나이 먹어가면서 마누라 손에 잡혀 산다는 게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마누라가 심부름을 시키면 시키는 대로, 명령하면 명령대로, 고분고분 순종하면서 살아라. 남자의 똥고집과 불통을 내려놓으면 가정은 평화로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자! 알았으면 곧바로 실시!
마누라도 8학년 때문에 지쳐간다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누라도 8학년 남편 때문에 지쳐간다 - 무슨 일이든 대충대충 처리하는 8학년인 나를 아예 제쳐놓고 마누라는 깔끔한 성격 그대로 매주 토요일이면 집안을 몽땅 뒤집어 놓으며 혼자서 대청소를 한다. 그런 마누라도 오늘은 지쳤는지 청소를 하다가 조그마한 몸뚱이를 거실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 길게 길게 누웠다. 강철 같기만 했던 마누라도 세월이란 넘한테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요즘따라 하나 둘 주름진 얼굴과 늘어나는 흰머리카락때문이지 자꾸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마누라에게 누구 말대로 '힘들지?' '미안해' '고마워'라는 남편의 아부성말 한마디에 세상을 들었다 내려 놓을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 받는다고 하던데 그 말을 단 한번도 하지 못한 나는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녀석..
가시돋친 마누라의 언어 "어휴~ 8학년이랍니다!" - 가시 돋친 마누라의 언어 - "칠칠찮게 옷에 국물을 흘리나 몰라" "가지런히 썰어놓은 김치를 왜 막 헤쳐 놓을까?" "이 닦을 때 양칫물 거울에 튀지 않게 해야지잉!" "속옷, 양말 제발 세탁기에 뒤집어 넣지 말라고 말했는데!" "내가 정말 못 살아.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마누라의 가시 돋친 언어들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공격적으로 돌변해가고 있다. 정말 이상태로 괜찮을까? 어느 누가 그런다. 아내의 말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그 말의 본뜻은 남편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애정이 깃든 아내로서의 애틋한 투정이라고. 정말? 정말? 소주 한병을 홀짝홀짝 마시면서 곳곳에 의문부호를 만들고 있다.
마누라가 나를 사랑하나 봐 "어휴~ 8학년이랍니다!" - 마눌님이 나를 사랑하나 봐 - 아파트 산책길. 반환점을 막 도는데 "따르르륵!" 스마트폰 벨이 울린다. 마눌님이다. “집에 들어올 때 목이버섯 한 팩만 사 와!” “목이버섯? 그게 뭔데?” “그냥 마트에서 목이버섯 달라고 하면 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사가지고 오라는 마눌님의 명령이다. 잠깐 선채로 목이버섯을 검색해 봤다. 오우! 웬일이야? 며칠 전부터 잡채타령을 했더니 그게 먹혀들어 갔나 보다. 마트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왜 이렇게 빨라지지? 그래도 마누라가 이 삼식이가 밉지 않았나 봐. 좋아하나 봐. 아니, 사랑하나 봐. ㅋㅋㅋ... 자존심마저 1도 없는 여기 백수는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