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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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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는 빨래도 할 줄 알아야한다 둘만 사는데 웬 빨래가 저리도 많을까? 맨날 맨날 마눌이 낑낑대며 세탁기 돌리는 걸 보고 좌불안석 속이 켕겼다. “나한테 좀 세탁기 돌리는 법 알려줘 내가 도와줄게“ “놔두슈! 대충 대충하는 꼴 보라고? 내가 속 터지고 말지!” 공연스레 고운 말 주고 언짢은 말만 받았다. 이젠 이 집..
반찬타령 하지 마! “당신 말이야! 매일 똑 같은 반찬 지겹지도 않아? 내가 토끼새끼야? 온통 식탁이 풀밭이잖아!” 모두 다 젊음 싱싱할 때 내가 토해낸 꿈결 같은 말들이다. 사람동물은 주제를 알아야한다. 어디 감히 삼식이 주제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차려놓은 반찬들 끽소리 없이 먹기..
마눌! 나, 어디에 나가냐고 물어봐 줘 주섬주섬 옷 챙겨 입고 신발장에 구두 꺼내 뿌옇게 쌓인 먼지 털어내고 신었다. 그리고 현관문 열고 나가려다 주방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싱크대에 붙어서 설거지하는 마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어디에 나가요?” 당연히 물어보길 기대했었는데 영 모르는 체 한다. 현관문 닫고 엘리..
병마와 친구하기로 했다 고혈압. 구강암. 당뇨. 전립선비대. 얘들아! 너희들 참 끈질기게 따라오는구나. 짓궂은 녀석들. 삼식이가 그렇게 좋니? 좋아! 같이 가자. 이젠 우린 떨어질 수 없는 친구다. 자! 내 손 꼭 잡아! 저기 종착역이 보이지? 다 왔다. ㅋㅋㅋ <병마와 친구가 되었다> ♥ 여러분! 한 해 동안 고마..
아예 소파엔 앉지도 말까? “왜 꼭 그 자리에서만 뭉개? 당신 때문에 소파가 푹 꺼졌잖아. 좀 골고루 앉아봐” 마눌이 주방에서 힐끗 쳐다보며 독화살을 날린다. 그리고 보니 마눌 말대로 오른쪽 끝자리가 푹 꺼져있다. 거기가 주구장창 바로 내 자리인데… 정말 내가 밉다. 소파까지도 자유롭게 앉지 못하는 삼식..
아내가 황혼이혼 하자고 한다 황혼이혼? 당신 할 수 있겠어? 나도 많이 생각해봤거든. 그런데 말이야. 우리 앨범 속 서로 포옹하며 찍었던 그 수많은 사진들 한 장 한 장 어떻게 다 갈라놓지? 눈물이 마구 마구 쏟아져 내릴 것 같아서 말이야. <아내가 황혼이혼 하자고 한다>
삼식이가 하루를 무난히 사는 법 “미안해!”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자. 그리고 쓸데없는 사설같은 거 뒷발로 차버리고, 사사건건 마눌한테 그냥 져주면 돼. <삼식이가 하루를 무난히 사는 법>
무심한 세월은 잘도 간다 아침에 일어나 건성으로 세수하고 그리고 밥 먹고, 점심에 뭘 먹을까 고심하다 그냥 라면 먹고, 저녁엔 도끼눈으로 치켜뜬 마눌 눈치 살피다 할 수없이 찐빵안주에 한숨 섞어 쇠주 반병 마시다 말다 마시다 말다 스르르 잠들었다. 새벽녘에 소피 마려워 깨어나 화장실가서 생각해보니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