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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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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은 삼식이 얼굴 보기 싫어 동창모임, 친구모임, 퇴직사우모임 같은데도 부지런히 돌아다녀봐. 움직여야 건강해진데. 마눌의 저 고운 말이 왜, 장미가시처럼 내 살갗을 아프게 콕콕 찌를까?
너, 늙어봤니? 그래, 나는 껌 딱지다. 마눌 몸에 딱 달라붙어 삼시세끼 챙겨먹는 껌 딱지다. 왜? 어쩔래? 너, 늙어봤니?
남자는 아침에 눈 뜨면 밖으로 나가야 남자란 아침에 눈뜨면 돈을 벌든 안 벌든 현관문 활짝 열고 밖으로 나가야한다. 마눌의 엄한 지론이다. 이 추운 엄동설한에 코트 깃 바싹 세우고 오늘은 어느 쪽으로 나가야할 지 눈앞이 막막하다. 오~ 하느님! 삼식이를 이제 그만 굽어 살피소서.
수고했네요, 당신! “수고했네요, 당신!” 김장하는 날 아침부터 녜~ 녜~! 하며 이일저일 거들어주었다고 마눌이 축 늘어진 나를 향해 던진 인사치레다. 아~! 이 얼마 만에 들어보는 따스한 말이냐. 절임배추 10박스 나르느라 굳어있던 온몸이 봄날 햇볕에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린다. 짜샤! 삼식이도 아주 가..
자기야! 파 한 단만 사다 줘! 자기야! 요 앞에 마트에 가서 파 한 단만 사올래? 깜박 잊고 파를 안 샀네. 에구, 에구~! 썩을넘의 마눌아! 그러기에 내가 뭐라 했어? 장보러 갈 때 빼먹지 말고 하나하나 잘 챙겨서 사라고 했잖아! 아파트 후문 앞 간이마트에서 파 한 단 달랑 사들고 구시렁대면서 집으로 뛰어오는 내 모습...
마눌과 나는 가끔 이렇게 논다 마눌이 아침 수영 끝나고 곧바로 카톡으로 집에 죽치고 있는 나에게 명(命)을 날렸다. - 택배 오면 받아줘. 샴푸니까! 점심 먹고 갈 거야! 나는 쫄았다. 하지만 이모티콘으로 한번 윽박질렀다. - 부셔버리가써! - 으앙~! 마눌은 이모티콘으로 약한 체 했다. - 닥치라우! 나, 어디서 이런 용기..
마눌 가슴 속에 들어있는 것들 마눌의 가슴 속엔 돈, 옷, 신발, 명품가방, 건강, 친구, 그리고 애완견 같은 것들이 변함없이 자리를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가슴 속엔 아내, 마눌, 애들 엄마, 집사람, 와이프만 늘 돌아가며 한사람씩 자리하고 있었다. 아무리, 또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 바본가 봐.
라면 발과 삼식이의 신경대전 머리는 생각하라고 있는 거야. 손은 만지라고 있고, 다리는 움직이라고 있어. 삼시세끼 주방에서 라면발만 신경곤두세우고 있는 나, 얌마! 너, 도대체 뭐하고 있니? 너, 이대로 스러질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