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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외할미

여우 본성을 들어내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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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있잖아~.
흙으로 빚어 구운 토기(土器)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바로 ‘옹기(甕器)’라고 하거든.
그런데 그 옹기의 값을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어?
물론 천태만상이지.
그러나 그중에도 겉모습이 그럴싸한 옹기는
꽤 비쌀 거라 생각하는데 정작 의외로 그 값은 비싸지 않아.
왜냐면 흔한 흙으로 빚었기 때문이지.

그러나 물소 뼈를 섞어서 만든 옹기는 달라.
이름하여 본차이나(bone china)라고 하는데
그 크기가 아주 작아도 흙으로 만든 토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이 비싸다고 하거든.

그래서 성경에서도 말했듯이
흙으로 만든 남자 인간과 남자의 갈비뼈로 만든 여자와는
그 값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다르다는 거야.
마치 물소 뼈로 만든 본차이나와 같이
여자는 남자보다 비싸다는 말이야. 호호호...

어머머? 
자기야!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지금 앞 치마를 두르고 왜 식탁의 그릇들을 챙기는 거야?
저녁 먹은 설거지를 자기가 하겠다고?
그동안 비싼 여자 인간을 몰라뵈었다고?
후후후... 정말이야 당신?
어머머! 자기는 정말 귀한 여자를 챙길 줄 아는 멋진 남자네.
다른 남자들 같으면 이런 내 말을 듣고
소귀에 경 읽듯이 '흥~!'하며 콧방귀를 뀔 텐데 말이야.

나, 지금 자기의 행동에 감동 먹었어.
됐어요. 설거지는 내가 늘 했던 일이니까 내가 할게. 이리 줘.
고마워! 사랑해! 자기야.


<나는 친정 엄마의 말대로 본성이 여우였는가 보다.
사실은 농담 삼아 그럴 듯 꾸며 한 말이었는데 
순진한 남편은 곧이곧대로 듣고 가슴 덜컹 내려앉은 것 같았다.
참 괜찮은 내 남편.
그리고 여우같이 뻔뻔스러운 나! 
엄마! 당신 딸 걱정 내려놔도 돼요. 
나, 이렇게 심성 고운 남자와 산다우 ㅋㅋㅋ>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2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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