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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0년 부부의 대화 33. 결혼 50년 부부의 대화  묻고, 대답하고, 마누라와 나는 말 대신 눈으로 주고받는다. “…………” “………………………………” “…………………………………” “………………” "배고픈데" "식충인가 봐, 금방 밥 먹었잖아" "그럼 소주 한 잔으로 때우지 뭐" "안주 내 놓으란 말이지?" 척하면 척 알아듣는다. 결혼 50년, 고수들의 언어다.
눈이 내렸어요! 50. 눈이 내렸어요 지금으로 부터 20여 년 전.경기도 일산의 조그마하고 예쁜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그런 후로겨울 초입에 이렇게 함박눈이 내린 적은 없었다.  "와아~! 웬일이니?" 아마도 지난 밤 새도록눈다운 눈으로 소복, 소복이 내렸나 보다.  "얘들아! 고맙다. 얼마 남지 않은 내 생애에 기어이 눈다운 눈을 보는구나" 철없는 아이들 욕심 같지만무릎까지 더 많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그래서 아파트 공원에서 눈싸움까지 했으면 얼마나 신이 날까?
새벽 6시 눈이 쏟아진다. 그래도 아침 운동으로 헬스장은 가야 했다. 나와의 약속이니까. 어느새 날이 밝았다. 한 시간 운동 마무리하고 경쾌한 걸음으로 다시 아파트 마당으로 들어섰다. 벤치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춥다 오늘 새벽 걷기 운동은 쉬기로 했다. 괜히 밖에 나갔다 미끌어져 다치면 어쩌랴. 만용은 금물. 무지하게 춥다. 그래도 일요일 분리수거는 내 몫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한다. 빌어먹을! 마스크를 또 안 쓰고 1층까지 내려왔네. 다시 또 11층까지 올라간다. 어휴~! 정말 춥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눈으로 얘기한단다 “할머니!” “왜 그랴?” “있잖아요” “그려, 우리 깍지 여시! 또 먼 말을 하고자픈 거여? 빨랑 말혀 보랑께” “할아버지랑 싸우셨어요?” “싸웠따고? 으응~ 아니여” “그럼 할아버지랑 얘기하기 싫으세요?” “실킨, 으째 실탄가? 할배랑 야그 허벌나게 하는디?” “거짓말 마세요. 할머닌 오늘 할아버지한테 얘기 한 번도 안하셨잖아요” “아닌디. 니가 잘못본거여" "........" "오오라~! 히히히... 에구~ 알것다! 여시가튼 지집아가 눈치는 백단이구만. 깍지야! 할미랑 할배는 말이여, 입으로는 말 잘 안혀" "그럼 뭘로 말하세요?" "눈으로 야그 한당께. 멀라고 입아프게 말로 야그할 거시여. 할미가 눈빛을 척 보내면 할배도 척 알아듣는당께" "????" "참말이여. 할배한테 가서 물어봐” "......
눈이 내린다 똑똑똑! 컴컴한 어둠 속에서 뭐하니? 나와 봐. 세상이 하얗게 변했잖아.
눈이 내리면 슬며시 마누라 손을 잡아보세요 * 작가노트 눈이 내립니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립니다. 이런 날. 신혼시절 나의 젊은 날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세요? “와아~! 눈이 펑펑 쏟아져!” 베란다 창가에서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눈 내리는 하늘을 보던 그 모습 말입니다. 오늘, 썩을 놈의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가 버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