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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철이 때문에 속상해요> 2000년 눈열린교육
미술이라고 말하면 흔히들 순수회화쪽으로만 알아듣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그렇다.
미술을 전공한다거나, 미술대를 졸업했다고하면 사람들은
"아! 그림을 그리는군요"라고 말해버린다.
미술하면 순수회화만을 생각하는데에서 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 대개는 순수회화가 아니면 작가취급도 하지않는다.
어떻게 바로 잡아야할지…
한마디로 통틀어 미술은 장르(분야)가 많다.
조각, 디자인, 건축, 공예, 디지탈아트, 일러스트 등 등도 모두 미술이란 테두리안에 있는 것이다.
화가마다 자신의 생에 있어서 절대적인 전성기가 있다.
여기서의 전성기란 그림에 대한 열정을 말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나의 전성기는 파스텔 재료를 쓰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90년대 초부터 나의 그림색깔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채나 오일에서 슬며시 파스텔 쪽으로 옮겨왔다.
물론 일러스트 초창기에는 수채로부터 시작했었다.
파스텔은 내 그림과 적성이 딱 맞아 떨어졌다.
내가 그린 일러스트를 자세히 보면 색깔로 화폭 전체를 꽉 채우기보다는
상당한 여백이 있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것은 마치 수채화기법을 살짝 얹은 표현 방법이었다.
화폭 전체를 색깔로 빈틈없이 채운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나로서는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그 숨통의 돌출구가 그림 한쪽의 여백이었다.
파스텔기법의 작업은 거의 최근까지 이어져왔다.
지금은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 대부분의 일러스트는 컴퓨터의 포토샵으로 그리고 있다.
나름대로의 특장도 있지만, 그러나 아무리 컴퓨터로 별짓을 해도
손으로 직접 그리는 채색에는 못 따라가는 것 같다.
파스텔로 푹 빠졌던 내 전성기 때의 그림 몇 점을 펼쳐본다.
1990년
수채에서 파스텔로 옮겨오기 시작한 초기의 그림이다.
지금과는 달리 선이 매우 부드럽다.
파스텔이 주 재료였지만 수채화기법을 도입했다.
일부러 도입한 것은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자신도 모르는사이 그림이 변화한 것이다.
자연발생적이라고 표현해야하나?
재료는 파스텔이었지만 수채화 기법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선 자체에도 직각으로 변해 있어 부드러움에서 벗어났다.
종이의 지질이 켄트지가 아니어서 파스텔의 색깔의 자국이 일정하게 매끄럽지 않다.
나는 그것을 역이용하여 색깔농도의 깊이를 이끌어 냈다.
그래서 일러스트작업, 특히 파스텔작업은 지질선택이 중요하다.
<슈바이처> 2001년 한국갈릴레이
위인전기라는 특수 일러스트이기에 슈바이쳐 인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내 그림 전체를 보면 다른작가와는 좀 다르게 선을 중요시한다.
어느 그림을 봐도 선은 색과 더블어 생생하게 살아있다.
물론 작가마다의 특성이지만 어느 작가를 보면 선없이 면으로만 이루어지는 그림도 있다.
각기 다 독특한 방법일 것이다.
이 그림도 역시 많은 부분은 여백의 미로 남겨 두었다.
내 그림의 특성이 여실히 나타난다.
<스티븐 스필버그> 프뢰벨 일러스트작가의 특징은 다양성있는 모든 사물을 거침없이 모두 그려내야하는데 있다. 순수화가들은 좀 다르다. 서양화가는 인물화, 정물화, 추상화로 나뉘어 있고 동양화가는 산수화, 인물화, 문인화 등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작가는 거의가 자기 분야외에는 잘 그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김홍도나 신윤복은 특출나게 인물들을 잘 그려냈다. 그러나 그들은 뛰어난 산수화가는 아니었다. 근래의 우리나라 화가들도 풍경은 잘 그리지만 인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천재화가 피카소같은 이들은 만화,조각, 일러스트,순수회화등 구분없이 잘 그려냈다. 이런 천재들은 예외다. 그러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좀 다르다. 인물, 동물, 정물, 풍경 등 모든 것들을 다 정확히 그려내야한다. 그림에 대해선 천재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ㅎ 나는 그런 의미에선 좀 천재성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일러스트중에서 유달리 동물을 잘 못그린다. 특히 동화책 그림을 그리다보면 의외로 동물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솔직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죽을지경에까지 이른다. 위의 그림 공룡도 숱하게 뎃상을 한 나머지 나온 그림이다. <슈바이처> 2001년 한국갈릴레이 슈바이처의 이야기 한 부분을 오려낸 그림이다. 나는 남자보다도 여자 그리기가 훨씬 쉽다. 왜 일까?하고 생각해보았지만 결론은 없다. 그냥 그리기가 수월하다. 남자는 선이 울퉁불퉁해야하고 여자는 선이 매끄러워일까? 위의 그림은 아무리 오래봐도 내 마음에도 쏙 들어오는 그림이다. 먹선의 유연함이나 이목구비, 내지는 전체의 인물 밸런스나 옷의 꾸밈새에도 별 어색함이 없어서다. 이 모든 것들은 어떤 텍스트를 본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 순 내 머리속에서 꾸며져 나온 것들이다. 그래서 일러스트레이터의 머리는 온갖 잡다한것들의 만물상이기도하다. 부로슈어 1998년 몇 십년 다녔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마포에 조그만 디자인 사무실을 오픈했을 때 만들었던 부로슈어에 실렸던 일러스트였다. 이것 저것 다 그만두고 세계일주여행이나 갔었으면하는 바램에서 이런 그림을 그렸나보다. 역시 각이 선 일러스트로 파스텔로 처리했다. 이때도 꽁지머리를 했었나? ㅎ <아빠를 팝니다> 2001년 해누리 <아빠를 팝니다>의 일러스트다. 내 그림중에서 유일하게 화폭 전체를 파스텔로 꽉 채워졌다. 지금 다시 봐도 답답한 기분이다. 그러면서도 색의 농도는 수채화 기법이다. 그림의 가는 먹선과 단순함이 파스텔 색감과 잘 대비가 되어보인다.
모두가 다 졸작들이다.
펼쳐 보이기에도 낯 뜨거울 정도다.
그러나 혹시라도 일러스트를 전공하려는 후학들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가져보았다.
물론 지금의 후학들은 옛 우리들보다도 훨씬 뛰어난 실력파들이 많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일러스트레이션의 미래 역시 밝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림에 따르는 원고료 수준은 아직도 요원하지만...
<내 생애의 기록을 위해서 남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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