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컹!”
“왜?”
“컹컹!”
“마실 물이 미지근하단말이지?”
그래서 얼음동동 띄운 냉수를 물그릇에 담아 주었다.
“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니?
공원에 나가고 싶어?
알았어, 그만 흔들어, 짜샤!”
아내랑 식탁에 마주앉아 딸 얘기, 딸딸(외손녀)얘기, 아들 얘기 소곤소곤했다.
어느 새 알아듣고 나온 녀석이 현관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엎드려 자세를 취한다.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거다.
“새비야! 형아가 온다는 말이 아니야. 그만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녀석은 문 쪽으로 돌아서 위쪽의 층수게시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너, 숫자도 볼 줄 아니? ㅋ"
“미안해! 엄마랑 같이 외출해서.
그렇다고 삐져서 네 자리에 들어가 눈감고 있으면
우리 가슴이 아프잖아. 꼴도 보기 싫다는 거지?”
밖에 천둥이 울고 벼락이 ‘꽈당!’ 쳤다.
새비녀석 재빨리 화장실 변기 옆 옴팡진 곳으로 도망가
꼬리를 바싹 내리고 벌벌 떨고 있다.
“짜샤! 무섭니?ㅋ”
현관에서 외출한 엄마를 기다리다 제시간에 돌아오지 않으면
소파에 앉아있는 내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왜 엄마가 안 오느냐고? 조금만 더 기다려봐”
녀석은 다시 꼬리를 흔들어대며 현관으로 나가 엎드린다.
그럴 때마다 참 안쓰러운 생각이다.
자기에게 밥 주는 주인만을 결사적으로 기다리는 저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새비’
새처럼 날렵하게 나르라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녀석은 낳은 지 두 달 만에 아내 품에 안겨 집으로 왔다.
벌써 14살.
인간 나이로 90살이 훨 넘었다.
녀석은 심장병에다 척추까지 안 좋아 가끔 컹컹 소리를 내면서
우리를 가슴 졸이게 한다.
“새비야! 일찍 가지 마 임마! 네 엄마가 너 때문에 사는 거 알지?
네가 보다시피 나는 일찌감치 이 집안에서 3위로 밀려났잖아.
그러니 엄마한테 더 사랑받으며 오래 살아.
이젠 너로 해서 질투 같은 거 없어진지 오래다”
그렇다.
이젠 뗄 수 없을 정도로 정이 폭폭 든 한 식구다.
그런데 요즘 이 녀석 때문에
아내와 나는 눈물을 글썽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새비야! 아프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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