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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책꽂이에 꽂혀 잠자고 있는 내 지난 과거의 흔적들.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 흔적들을 하나하나 꺼내보고 싶어졌다
어느새 내 안면엔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이렇게 그릴 때도 있었어!”
한 장 한 장 넘기는 페이지마다
패기와 열정이 푸드득 날개를 펴면서 나를 치고 나른다.
다시 그리고 싶다.
아직 내 오른 팔의 맥박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지 않은가?
1996년 ‘한국안데르센’출판사에서 청탁받아 그린 전래동화다.
거의 20년 전 그림들.
지금이야 컴퓨터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능을 통해 그리지만
이 때만해도 하얀 켄트지를 펴놓고 직접 수작업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먹물 찍은 펜으로 선을 그은 후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마르기전에 수채물감을 칠했다.
그러기위해선 빠른 손놀림이 필요했다.
한 점 한 점 휘갈긴 수채 붓의 흔적에 따라
그림의 생동감이 살아나기 때문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고전 전래동화일수록 사실화보다는
과장된 인물의 표현이 그 맛을 더한다.
고집통이 영감의 표현이 그럴 사하게 표현이 되었는가 모르겠다.
당시에 그림 원고료가 한권에 삼백만원정도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하여튼 한 달 월급만 했었다.
그러기에 사이드 잡으로는 나름 괜찮았다.
잘 나갔던 시절엔 한 달에 세 네 권도 그렸었지만
이 모두 두 아이들의 유학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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