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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는 아들네 집, 딸네 집 택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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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동 아들네집 아파트 입구다.

 

가래떡과 절편

 

 

 

아내가 심부름을 시켰다.

지금 바로 아들네와 딸네 집으로 떡을 나눠주고 오란다.

웬 떡인가?

작년부터 집에 현미 쌀 10kg 한포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쌀이 변질될 것 같으니까

손자, 손녀들이 좋아하는 가래떡으로 만들어 나눠먹는 게 좋을 것 같아 떡집에 부탁했더니

오전에 배달되었다는 것이다.

떡은 가래떡과 절편으로 반반씩 나누어 했단다.

금방 뽑아 온 떡이라 따뜻하고 말랑말랑해서 한 입 베어 먹었더니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현미 쌀이라 더 맛있는 건가?

 

 

아들네는 일산 대화동, 딸네는 일산 마두동에 산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일산동.

아는 지인들이 우리네를 보면 아들, 딸 모두 한군데 모여사니 참 재밌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런가? 정말 재밌나?>

하긴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사니까 호루라기를 불면 모두 15분 이내에 모일 수 있다.

그래서 재밌다는 것일까?

재밌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 며느리와 사위가 불편할 수도 있지 않을까?

비록 자식들이지만 항상 상대방쪽을 우선 생각하는 아내와 나다.

누가 그랬다. 병이라고, 적당히 하란다.ㅋ

그래서 그런지 우리내외가 좋다고 먼저 호루라기는 잘 불지 않는다.

1년이면 서너 번 정도 불까 말까다.

그 외에는 자기네들이 알아서 임의로 행동한다.

오고 싶으면 오고, 안 오고 싶으면 안 오고...

아이들도 부모에 얽매이지 않아야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같이 깜짝 음식을 해서 나눠줄 때는 아이들 오라고 하지 않고

주로 내가 몸소(?) 배달을 나간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괜히 아이들보고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오라! 가라! 하면

그 아이들이 불편한 것은 너무나 번한 사실이니까.

우리 부부 모두 완고한 부모님덕에 수없이 경험했던 일들이니

이제는 우리가 먼저 알아서 기(?)는 것이다. ㅋ

 

 

나는 아내의 명령에 군소리 한마디 안하고 바로 떡들을 싼 보자기를 차에 싣고 시동을 걸었다.

오늘이 토요 휴일이라서 그런지 길거리엔 차들이 별로 없다.

아들네 집엔 아내가 미리 전화를 했다.

며느리가 당황하지 않게 미리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쌩~하고 달려 15분도 안돼 아들 집 아파트 밑에까지 왔다.

차안에서 내리지 않고 전화를 했다.

“도착했다. 내려와라”

아들과 손자 녀석이 씨익 웃으며 내려왔다.

“올라오시지 않고...”

“됐다! 유정이네 집도 들려야해”

떡 보따리를 차안에서 그대로 안겨주고 손자 녀석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공부 잘하지?”

“녜!"

 

 

 

 

                                           마두동 딸네집 아파트

 

 

 

손자녀석 말떨어지가 바쁘게 나는 다시 딸네 집으로 차를 돌렸다.

나는 참 재미없는 아빠고 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며느리 집에 갑자기 시아버지가 나타나봐라. 얼마나 당황할까?

너희들 오붓하게 휴일 지내는데 눈치없이 내가 왜 방해꾼이 되니?

 

 

딸네집도 15분 거리다.

“유정이니? 아빠가 지금 니네 집으로 떡 배달 간다. 기다려”

“어머? 아빠! 어떻게 해? 우리 지금 시댁에 가는 중인데”

“아! 그래? 그럼 현관에 놓고 갈 테니까 현관 도어 록 번호를 알려줘”

딸에게 줄 떡보따리를 살그머니 현관문 열고 거실에 들여다 놨다.

그래, 딸아! 잘하는 짓이야. 시댁에 가야지...

순간적으로 약간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딸이란 원래 그런 거 아냐?

 

 

 

 

우리동네 주유소

 

 

 

어찌됐든 떡 배달을 무사히 마치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말씀대로 떡 배달 마치고 지금 돌아가는 중입니다”

“수고했어요! 주유소에 들려 휘발유 집어넣었어요?”

“아! 참 잊어버릴 번했습니다. 주인님”

벌써 치맨가? 떠나기 전에 아내가 주유카드를 주었잖아. 얌마!

그리고 나는 바본가?

하인처럼 아내 심부름을 하면서도 왜 흐뭇해 할까?

운전대를 잡고 휘파람까지? 못살아 정말!!! ㅋㅋㅋ

 

 

추천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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