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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원조 함경도 아바이가 담군 도루묵 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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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함경도 아바이가 담군 도루묵 식해

 

 

 

 

 

 

"여러분 용띠 새해 첫날입니다.

복들 많이 받으셨나요?"

 

 

새해 첫날에 오신 손님은 정성스레 음식을 대접해야한다.

오늘은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인 내가 이색 고향 음식을 마련해봤다.

바로 가자미식해(食醢)다.

십 수 년 전 SBS-TV의 '아빠는 요리사'프로그램에 나가서 선보인

나의 18번 장끼 음식이기도 하다.

 

 

고향이 함흥 맞다.

8.15해방 그 다음해인 6월, 임진강 부근의 북한 보안서원에게 뒷돈 찔러주고

목에까지 찰랑거리는 한탄강을 밤중에 넘어 자유를 찾아 왔다.

덕분에 지금 이 시각까지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요즘 북한의 작태가 3대 세습이니 뭐니 하고 웃기는 장난들을 하고 있어 가관이다.

이제 눈에 시린 그런 꼴 안보고 3.8선 넘어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이쪽 땅(남한)도 철딱서니 없는 짓들을 하는 군상들이 보이기 시작해서 죽을 맛이다.

앗!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다.

 

 

다시 식해얘기로 돌아간다.

오늘은 가자미가 아니고 도루묵이다.

남쪽으로 내려와 보니까 도루묵으로도 식해를 담구는 걸 보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시도를 해보았다.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 없어 좋다.

식해는 담구는 기간 내의 날씨가 제일 중요하니까...

날씨가 더우면 금방 발효가 되어 식해 제 고유의 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면서 보자.

내가 잘 아는 의리의 경상도 싸나이 후배가 있다.

매년 가자미식해를 담가 먹으라고

올해도 빠지지 않고 강원도 고성에서 택배를 보내왔다.

매년 대단한 정성이다.


 

 

 

택배의 스티로폼을 제켜본다.


 

 

 

까만 비닐봉투 속에 눈동자가 싱싱하게 보이는 도루묵들이

가지런히 들어 누워 있다.

물이 좋아 보인다. 


 

 

 

 

좀 가까이서 살펴보았다.

역시 싱싱하고 때깔도 좋다.

 

 

 

 

한 녀석을 잡아보았더니 이렇게 알들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자! 이제 고기를 손질해야지.

우선 지느러미부터 제거한다.

가위가 안성맞춤이다.

시중에 파는 식해를 자세히 보면 비늘이나 지느러미를 제대로 손질한 게 별로 없다.

그래서 가정에서 직접 담구는 식해들이 깨끗하다.

 

 

 

 

등 지느러미도 깨끗이!


 

 

 

이제 모두 깨끗이 손질되었다.

아내와 나, 둘이서 호흡을 맞추니까까 손이 빠르다.

둘다 모두 훈련된 달인의 솜씨들이다.ㅋ

 

장인, 장모 모두 고향이 평안도라 식햬에 대해선 아내도 제법 아는 체를 하고 우기지만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까불지 마! 그래도 난 식해의 원조 함흥출신이라니까"

 그러나 절대로 겉으로 말하지 않는다.

괜히 비윗살 건드리면

"됐어! 자기가 혼자 다 해봐, 난 안해"

이렇게 되어버리면 난감하다.

사실 여자들이 요리하는데 옆에 남자들이 입방아를 찧으면 꼴 사나운 것은 당연하다.

남자들은 설치지 말고 조수역할만 충실히 하는 게 남는 거다.

"저기, 소금 좀..."

"네, 여기 있습니다. 싸모님"

 

 

 

 

깨끗한 천일염을 골고루 뿌려 반나절만 살짝 절인다.

그러는 동안에 남자는 난장판이 된 뒤처리를 한다.

비늘, 지느러미, 내장, 머리등의 생선찌꺼기를 버리는 것은 남자 몫이다.

 아파트 마당에 있는 음식물통으로 향해 뛴다.

 

 

 


시간이 지난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대바구니에 차곡차곡 담는다. 

바람이 약간씩 부는 서늘한 곳에 내놓으면 좋다.

고기가 구득구득 해질 때까지 말린다.


 

 

 

이번 경우는 날씨가 기온이 조금 높아 만 하루를 말렸다.


 

 

 

이제 제일 중요한 조밥을 짓는다.

꼭 메조로 밥을 해야 하는데 메조는 동네 마트나 할인매장에는 없다.

'기장'이라는 국산 좁쌀은 팔지만 그것으로 하면 절대로 안된다.

재래시장에 가면 중국산 메조를 파는 데가 있다.

국내산 메조는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구둑구둑 말린 도루묵을 먹기 좋을만치 토막을 낸다.

그리고 좀 되게 지은 메조와 함께 버무린다.


 



버무린 조밥과 도루묵위에 고추 가루를 섞는다.

요즘 고추 가루 값이 하는 높은 줄 모르게 뛰어 금덩이다.

아끼지 말고 듬뿍 넣는다.


 



1차로 생강, 다진마늘, 깨도 함께 넣어 버무린다.


 



몇십년 된 아내의 숙달된 솜씨가 돋보인다.


 



일단은 발효숙성시킬 통에다.살짝살짝 눌러가며 담는다.


 



고추 가루가 들어가니까 때깔이 곱다.

이 상태로 아주 서늘한 곳에 두고 힌동안 잊어먹는다.

안달은 금지! 

이번 우리의 식해는 정확히 13일을 숙성시켰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채을 썰어야한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길이로 좀 굵게 썬다.


 



다시 소금에 절인다.

20여분후에 손으로 무를 쥐고 꼭 짜서 물기를 없앤다. 



 


 

 


물기를 짜낸 무와 굵게 썬 대파를 숙성시킨 조밥에 넣는다.


 



2차로 다시 생강과 다진 마늘을 투여한다.


 

 


다시 버무린다.

중노동이다.

남자인 내가 버무리면 어떠냐고 했다가 야단만 맞았다.

그냥 버무리는 게 아니란다.

고무장갑 낀 손속으로 재료의 느낌을 측정하면서 하는 것이기에 아둔한 남자들은 모른단다.

 


 

 


 이것이 99% 완성된 식해의 때깔이다.

색깔의 조화가 아주 곱다.

음식은 때깔의 조화가 상당히 중요하다.

먹음직 스럽게 보인다.

성공 예감이 팍팍 느껴져온다.

 

 

 

 

그로부터 3일후, 토탈 16일이다.

 접시에 식해 몇 젓가락을 담아본다.

함경도 식해의 정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시식을 해본다.

요즘 말로 "쥑인다!"소리가 절로 나와 버린다.

성공 100%다!


ㅋㅋㅋ...

도루묵을 공수해 준 경상도 후배 김 아무개회장이

아마도 이 포스팅을 보고 침을 꼴깍 넘길 것 같다.

그런데 그 후배님이 자기는 이번에 안줘도 된다고 했다.

정말일까? ㅋㅋㅋ



 

추천은 아름다운 배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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