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악대 빳다를 맞아가며 득도한 트럼펫 나팔소리
<제1편> 최전방 소총수, 군악병으로 발탁되다. '로또'당첨일까?
<제2편> 반짝거리는 군악대 악기뒤엔 졸병의 눈물이 있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
트럼펫 파트장 최 병장은 내 앞에서 멋지게 시범을 보였다.
“자~! 이제부터 나를 따라하는 거다.
처음에는 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거다.
입술에 힘을 주지 말고 악기마우스에 내 입술을 살짝만 대고 소리를 내는 거다.
자, 따라서 실시한다. 도~~~“
“단, 트럼펫의 마우스와 자기 입술과의 간격에 유의한다.
도~ 소리가 안 나올 땐 무슨 소리든 나올 때까지 분다. 실시!”
“트럼펫은 자기 몸에서 앞쪽으로 90도 각도로 든다.
자세를 똑바로 해야 소리가 나온다. 실시!”
나는 이미 굳어 있었다.
몸도, 입술도.
최 병장의 찌그러진 인상 앞에서 굳어 있지 않은 졸병은 군악대에선 한명도 없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트럼펫을 두 손으로 잡고
마우스를 입에 대고 살포시 숨을 토해냈다.
“후~ 후~~ 후~~~”
트럼펫은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였고 내 입에서만 계속해서 푸~ 소리가 날 뿐이다.
겻 눈질로 힐끗 쳐다 본 최 병장의 인상이 더 쪼그라들었다.
나는 다시 숨을 들여 마시고 트럼펫 마우스에 조금씩 토해냈다.
“푸~ 풋~ 푸~”
이번엔 쇳소리 비슷한 소리가 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그런 내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던 최 병장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대를 꺼내 물었다.
길게 담배연기를 빨아 삼켰다가 일시에 입으로 토해낸다.
“야! 강 일병. 너 미술대학 다니다 군에 왔다며?”
“넷~”
“그동안 악기 한번 불어본적도 없었냐?”
“넷~”
“그림만 줄 차게 그렸냐?”
“넷~”
“그래도 대학은 다녔으니까 어느 정도 내 말은 알아들을 수 있잖아?
“넷~”
“그럼 이 정도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거 아냐?
얌마! 나는 고등학교만 나왔어도 이렇게 나팔을 잘 불잖아“
“...........”
갑자기 왜 대학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대학하고 나팔과는 아무런 상관과계도 없을 텐데....
아마도 이번 군악대 신병 차출 때 동기생 3명이 모두 대학 재학 중이라는 게
최 병장에겐 은연중에 아니꼬웠던 것일까?
“강 일병! 내 입술을 똑바로 본다.
이번엔 일곱 음계 중에서 <도~>소리만 시범을 보인다.
도~ 도~ 도~~~“
“후~! 푸~! 피~~~!”
내 트럼펫에서는 나오라는 <도>소리는 안 나오고 헛바람만 계속해 나오고 있다.
속된말로 환장할 일이다.
피~ 소리 한번 낼 때마다 등에선 땀이 송골송골 맺는 것 같다.
당장 최 병장의 일그러진 인상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 병장은 앉았던 의자를 뒷발로 걷어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옆에 놓여있는 빳다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자! 마지막이다. 이번에도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빳다 한 대씩 맞는 거다.
자 다시 시범을 보인다.
도~~~~~~“
“피~~~~”
“엎드렷!”
최 병장의 말대로 야전 침대의 버팀목으로 만들어진 사각 각목의 빳다로
사정없이 내 엉덩이를 향해 내리쳤다.
“막사 한 바퀴 돌고 온다”
나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손으로 엉덩이를 주무르며 엉기적거리면서
막사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제 자리로 앉았다.
“자! 시범을 보인다. 도~~~~”
“푸~~~”
나는 또 엎드렸다.
빳다는 내 엉덩이에서 불이 낫고 그리고 나는 막사를 한 바퀴 돌았다.
이러기를 열 번쯤 했을까?
드디어 내 트럼펫에서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도~> 비슷한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소리가 어딘가?
빳다 10대와 막사 10바퀴에서 득도한 소리였다.
깜깜한 밤하늘엔 조각달이 어스름하게 걸렸다.
우리 동기생 3명은 군악대막사 건너편 개울가 숲속에
각자 지급된 악기들을 가지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열심히 숨 바람을 악기에 불어 넣고 있었다.
트럼펫, 트럼본, 그리고 클라리넷.
추천은 아름다운 배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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