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눈초리의 길냥이와 친구가 된 사연
추천은 아름다운 배려입니다
아침입니다.
여느 때처럼 헬스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파트를 벗어나 김치찌개 집 옆 간이 주차장 앞까지 왔습니다.
이 앞을 지나칠 때는 언제나 눈빛이 매서운 길냥이 두 녀석이 놀다가
인기척만 나면 쏜살같이 달아나 몸을 숨기곤 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두 아이들이 놀다가 나를 발견했습니다.
아~! 어쩐일이지요?
오늘은 아이들이 숨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눈초리는 여전히 불안하고 매서웠습니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이 세상에서 제일로 온화한 미소를 그리며
아이들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래, 그래. 도망 가지마! 난 너희를 해치려는 사람이 아니잖아”
나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리고는 그 아이들 앞에 살그머니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으음~! 너희들 참 예쁘구나. 나하고 친구할래?”
아~!
이럴 때 빵부스러기라도 있었으면...
나는 지금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얘들아, 미안하다. 내일은 꼭 먹을 것을 가지고 나올게. 오늘은 인사만 하자”
냥이는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지만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매섭던 눈초리가 신기하게도 없어졌습니다.
나는 재 빨리 ‘스폰’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 앞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착하게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아저씬 우리를 해치려는 것은 아닌가봐. 사진 찍게 놔두자”
"정말 괜찮을까?"
짙은 밤색 옷을 입은 아이가 슬금 내 동태를 살핍니다.
"괜찮을 거야"
까만 옷을 입은 아이가 대답합니다.
"그래도 마음을 놓고 있지 말자. 언제 어떻게 덮칠 줄 모르잖아"
"저 아저씨는 강쥐랑 같이 살고 있나봐. 강쥐 냄새가 나는 걸"
"그래, 그래 마음대로 사진 찍으라 그래 "
"내일 아침엔 빵을 가지고 온다고 했잖아 "
"그래, 그럼 믿는다 "
"자, 아저씨 맘대로 찍으세요. 우린 우리끼리 놀게요"
몇 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은 드디어 내 앞에서 뒹굴며 자기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아~! 멋집니다.
그동안 냥이들이 나를 노려보면 내 머리 끝이 쭈뼛하고 섰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 아이들은 나에게 온정을 주었습니다.
아니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사실 강쥐들 보담 냥이들은 웬지 조금은 무서웠거든요.
그 아이들의 눈빛이 그렇게 보였습니다.
동물들도 사람과 똑 같이 온화한 눈빛을 계속 던지면
자기네들도 그 보은을 갚을 줄 아는 아이들입니다.
헬스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습니다.
휘파람을 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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