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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마지막 문턱에 서서

종이 웨딩드레스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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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종이 웨딩드레스

1970년 9월 <주간여성> <주간경향>

 

1970년  9월.

내 결혼식에 신부는

'종이로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기로 결정했다.

결혼 전부터 늘 생각하던 이상적인 나의 꿈의 하나였다.

아내 역시 쾌히 승낙했었다.

 

하얀 종이 드레스에 300송이의 종이꽃을 만들어 얹은 드레스.

내가 디자인하고, 친구(웨딩드레스 사업)가 바느질해서 만들기로 했다.

 

당시에 나는 KBS-TV의 공무원 신분.

당연히 히피족들이나 입는 종이옷이라고

고위층의 간부들은 결사적으로 반대를 했다.

굳이 입으려면 사표를 내고 입어야 한다고 했다.

 

종이 웨딩드레스를 입느냐? 사표를 던지냐?

둘 중에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날이 드디어 다가왔다.

 

나는 고민 끝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결혼식장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실내의 전등이 모두 꺼지고 신부가 입장하기 시작했다.

한줄기 스포트 라이트가 신부의 하얀 웨딩드레스에 비추기 시작했다.

"우하~~!"

결혼식 하객들의 탄성과 신문사 기자들의 후렛쉬가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종이웨딩드레스 출연!'

 

5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생각한다.

"마누라 할매야! 그리고 나, 할배야! 우리,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났었지?"

ㅋㅋㅋㅋ

 

*맺는말*

신혼여행 다녀왔더니

나의 사표는 반료되었다.

매스컴의 격려글에 KBS-TV 간부들이 항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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