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머? 아휴~!
아무리 남자라도 그렇치
이걸 설거지라고 해놓은 거야?
이것 좀 봐. 닦아놓은 그릇에 세제 물이 줄줄 흘러내리잖아.
자긴 설거지 연습도 안 하고 결혼한 거야?"
옴마? 지집아야!
거시기 그게 먼말이여?
시방 니 주둥이로 내뱉은 말이 뭔 말이냐고 어메가 묻잖혀?
참말로 시상이 뒤집어진 거여?
즈그 냄편보고 설거지 연습도 허지 않고 결혼혔다니?
아무리 여자가 뻗대는 시상이라도 글치
시상 천지에다 대고 물어봐라.
냄자가 설거지 연습하고 갤혼한 남자가 어데 있냐고?
지집아가 말 같은 말을 혀야지
주댕이로 막 튕겨나오는 말이라고 혀서
지멋대로 쏟아붓는 거 아니라고 어메가 그토록 일렀구만.
시방 쩌어그 느그 베란다에 나가 자존심 팍팍 죽이고 있능
느그 냄편, 깍지 애비가 니 눈에는 안 보여?
저러다 증말 참고 참았든 김서방이 왕창 폭발해뿐지믄 어쩔라고 그러냐?
지집아가 승질이 어지간혀야지.
니 어메가 니년 갤혼혀서 남편 잡으라고 그러케 갈쳤디?
니 애비가 알면 또 한바탕 난리 블르스를 칠거신디 쯧쯧쯧.
그나마도 깍지 애비 김서방이 맴이 착혀
오늘은 정지서 설거지꺼정 해준 거신디
그 맴도 모르고 시방 싸가지 읎게 따따부따 혀쌋냐?
설사 설거지 잘못혔어도
좋은 말로 요리조리 차근차근히 일러주어야지
니 승질대로 냅다 쏘아부치면 되것냐?
남자들은 워낙 손이 둔혀서 고런 자질 구례한 것은 힘든 거시여.
글고, 니 아부지 봐라.
여태껏 정지에서 물 한 방울 무치지 않는 위인도 있어.
아이고~ 지집년이 지복에 넘쳐서 저런당께.
<친정 엄니>
중앙일보 <강춘 일러스트> 다시보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