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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36년전 그린 딸의 캐리커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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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전 그린 딸의 캐리커쳐를 찾았다
 
 
요 며칠 사이에 나는 케케묵은 화첩들을 먼지를 털어내며 정리를 했다.
그러다 우연히 찾아 낸 딸의 캐리커쳐다.
너무 반가워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켄트지가 뿌옇게 낡아 색깔마저 변했고 얼룩이 졌다.
사인을 보니 74년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36년 전 딸의 첫돌이 안 되었을 때의 그림이다.
그 때 시절 이렇게 꼼꼼히 사실묘사를 했었으니
아마 작심하고 그린 인물화인 것 같다.
순간이나마 그 시절을 돌이켜보니 감회가 깊다.
 
여담이지만 나는 큰아이, 작은 아이 둘 다 출산 때는 아내의 옆에 없었다.
아마도 그 때 시절만 해도 남자가 촐랑스럽게 아이 낳는 옆에
바짝 붙어서 지켜보고 있는 게 쑥스러웠을 때다.
그래서 아내를 병원까지만 데려다주고 대신 장모님을 불렀다.
한참 진통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나는 웃으며 농담조로 한마디씩 했었다.

첫 아이 때는 “아들 낳아야 돼”하고 병원 문을 나섰고,
둘째 아이 때도 “이번엔 딸 낳아야 돼”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아내는 진통으로 죽을 상인데 남편이란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부렸으니
참 무정한 남편이다.
장모님은 아내가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회사로 전화를 했다.
“아들이야!”
“딸일세!”

아내는 내 명령(?) 그대로 아들을 낳고, 딸을 낳았다.
신기하기만 했었다.
그 아이들이 자라 어느 새
아이들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세월은 그렇게 쏜살같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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