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생님 내일 퇴원하셔도 되겠습니다"
"앗! 정말입니까?"
"수술로 잘라낸 피부에 새살이 돋기 시작했네요. 다른 분들과 달리 건강 체질이세요"
내 입속을 직접 드레싱 해주던 주치의 M선생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세상에?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암환자가 수술하고 일주일만에 퇴원하다니?
나 자신도 믿기지 않아 어린아이처럼 "정말요? 정말요?"를 계속해 물었다.
혹시 내가 나이롱 암환자가 아니었나?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그곳엔 얼굴이 부어오른 고리라가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래, 맞아! 저 고리라의 얼굴을 보니 나이롱환자는 아니었네"
입속에 암덩어리를 떼어 낸 지나간 일주일의 내 아픈기억들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제일로 큰 고역은 먹는 것이었다.
주사기로 미음을 담아 목구멍 가까이대고 눌러 먹는 것이었다.
만 하루 세끼, 그 짓(?)을 하고는 더 이상 못먹겠다고 버텼다.
다음 날부턴 숟가락으로 미음을 떠서 먹었지만 어쩐일인지 미음도 곧 질려버렸다.
미음의 '미'자만 들어도 토했다.
그 다음 날은 죽으로 교체를 했다.
며칠을 계속해서 죽으로 때웠더니 그것도 물리고 말았다.
"아빠! 죽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데... 벌써 잊었어요? 살아난 고마움을"
옆에 있던 딸이 냉정하게 쏘아 댄다.
'그래, 아빠는 그런 사람이야. 에효~!'
***
오른 쪽 팔에 줄줄이 매달린 링거와 그리고 이름도 어려운 각종주사액 비닐줄들.
이것들이 24시간 내 몸을 꼼짝못하게 묶고 있으니 진땀이 안날 수가 없다.
"아~! 얘네들만 없으면 정말 살 수 있을 것 같아"
***
성격이 지랄(?)같아 옆에서 24시간 붙어있는 가족들에게 신경이 곤두선다.
'왜, 나 때문에 쌩쌩한 그들이 나와 똑 같은 형벌(?)을 받아야 하지?'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병원생활을 할 수 있어. 제발 돌아가 줘!
"참! 이상한 아빠야. 혼자서는 심심하잖아"
딸은 또 투덜거렸다.
***
SNS의 효과는 대단했다.
페북, 블로그에 올린 내 입원글을 보고 가까운 친지들이 일주일 내내 괴롭(?)혔다.
"어느 병원 몇호실이에요?"
그럴 때마다 나는 단호하게 문자메시지로 잘랐다.
"미안해요. 병원에서 면회사절이란 딱지를 붙였어요"
그중에서 천안에 살고있는 K블로거는 비켜갈 수가 없었다.
"선생님 저 딸데리고 바로 옆동 어린이병원에 엑스레이 찍으로 왔거든요.
선생님의 고리라얼굴 보고 싶어요. ㅋ"
못 말린다. 정말!
그래서 8층 휴계실에서 울면서(?) 첫 미팅을 하고 말았다.
<덧글>
여러분 덕분으로 또 새삶을 부여받았습니다.
나 자신 생각해도 참 끈질긴 인생입니다.
댓글로 위로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퇴원 일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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