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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구강암 투병기] 끈질긴 인간 생명력에 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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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가 온통 아름다운 꽃밭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꽃향기가 코를 찌릅니다.

나는 꽃밭 한 가운데를 한가롭게 거닐고 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쿵쾅거리는 쇳소리가 들리면서

나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아~! 그래, 나는 수술장에 들어와 있었던거야"

하얀 천정이 시야를 꽉 채우더니 차디찬 냉기가 온몸에 스며 들었습니다.

 

"정신이 좀 들었나요? 여긴 회복실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수술실 보조원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내가 누운 침대는 움직였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곧 문이 열리면서 아내와 아들, 딸들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살아났습니다.

참 끈질긴 나의 생명력입니다.

 

10년전 구강암 2기를 맞아 수술할 때

입속 볼따구에 붙어있던 암덩어리를 떼어내기 위해

귀밑에서 턱밑까지 절개해서 뒤집어 암을 긁어냈고

그 자리에는 왼쪽 손목의 피부를 도려내어 이식을 했습니다.

손목의 피부는 왼쪽 장단지의 피부로 대체한 대공사 조립(?)을 한 몸둥이였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이번엔 입속 오른쪽 아래 어금니 부분의 입몸에 암이 들어 붙었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의 말에 의하면

다행스럽게 암 초기였고 다른 곳으로 전이된 곳이 없어서

어금니쪽 이빨 세개를 발치한 후 암이 숨어있던 입몸의 뼈를 약간 잘라

암덩어리를 완전 제거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봉합실로 일부를 꿰맸지만

나머지는 피부를 떼어낸 상태로 아물기만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잘못 꿰맸다가는 피부가 조여들어 말하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10년 전 보다는 의술이 좋아져 입속은 엉망이 되었지만 겉으론 말짱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의 상태는 시간이 갈수록 얼굴이 산처럼 부어오르고 있습니다.

마치 권투선수가 링위에서 3라운드 정도를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시퍼렇게 멍이 들고

눈이 안 보일 정도로 퉁퉁 부어오른 그런 흉악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얼핏 쳐다 본 거울 속엔 내가 아닌 어떤 고릴라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약 2주 정도면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피부를 째어 이식하지 않아 남들처럼 붕대를 칭칭 감자 않으신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더구나 암을 초기에 잡으셨으니 행운이십니다"

퉁퉁 부어터진 내 입속을 드래싱해주는 레지던트는 싱글싱글 웃었습니다.

이제 결혼한지 3개월 되었다는 잘 생긴 젊은이였습니다.

 

나는 또다시 살아났습니다.

나를 주관하시는 신과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눈물 흘린 가족들 덕분입니다.

참 많은 분들이 페이스북, 카톡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위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다시 기력을 찾아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또 가슴 뛰고 있습니다.

 

<덧글>

암상처 부분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세히 기술한 것은

저와 똑같은 구강암으로 병마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 것같아서였습니다.

이 글은 오늘 새벽, 병원 휴게실 컴퓨터를 이용해 올렸습니다.

맞춤법, 띠어쓰기에 어설퍼도 양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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