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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무더위 냉 모밀 한 모금 씹어 물고 행복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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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해서 미음 3일. 죽 4일.

나는 병실에서 매 끼니마다 나오는 환자식을 억지로라도 먹어야했다.

그러다 기어이 마지막 날에는 속이 울렁거려 토하고 말았다.

위에서의 거부반응이었다.

당연했다.

나름대로는 맛있는 음식(라면, 국수, 빵 같은 밀가루종류)만 골라먹던 내 성미기

일주일 내내 희멀건 미음과 죽으로만 먹었으니 생체리듬에 맞을 리 없었다.

<이번에 퇴원하면 제일 먼저 ‘냉모밀’부터 먹어야지>

그렇게 작심에 작심을 하고 퇴원을 했다.

 

 

인간이 먹는 것에 이렇게 절절하게 목을 매달린다는 것에

한편으론 비굴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율배반적인 한낱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다.

‘먹고 싶은 것은 먹어야한다’

평소의 지론이 나를 뜨겁게 포옹한다.

 

 

퇴원하고 3일이 지났다.

아직은 외식하기가 이르다는 아내를 조르고 또 졸랐다.

“냉모밀 한 젓가락이면 찌뿌듯하던 몸이 날아갈 것 같다니까”

결국 아내는 나를 뒷좌석에 태운 채 휭~하니 차를 몰았다.

 

 

 

 

 

 

 

 

 

 

 

 

 

 

 

 

 

 

 

 

 

 

 

봐라!

내 식탁에 놓여 진 냉모밀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 여름이지만 얼음서리가 모밀 면 위에 하얗게 쌓여있다.

모밀의 면발이 탱탱 살아있다.

모처럼의 냉 모밀과의 조우라 잠시 젓가락으로 휘젓지 않고

가까이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행복했다.

살고 있다는 게 뭔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무한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 나름대로의 엉터리 철학이지만

어찌되었든 이 시간만큼은 행복에 젖지 않을 수 없다.

 

 

 

 

 

 

 

 

 

 

 

 

 

 

면발을 젓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그리고 육수를 그릇째 들어 한 모금 마신다음

면발을 한 젓가락 듬뿍 떠 입안으로 날랐다.

물큰 씹히는 면발의 상큼 달큼함!

 

“으흠~! 바로 이 맛이야!”

눈웃음으로 아내를 쳐다본 나는 그만 철없는 어린애마냥 킥킥대고 있었다.

“못 말린다니까, 정말! 저렇게 맛있을까?”

 

 

 

 

 

 

 

 

  일산 비빔국수

경기도 일산 동구 식사동 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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