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늘 가지런히 꼽혀있는 책장이 부러웠다.
책장 만들고 처음에는 그랬다.
한해 두해가 지나고서는
책장은 내 성깔같이 제멋대로의 책들 놀이터였다.
말리지 않았다.
왜냐면 포기하는 쪽이 훨씬 인간적이기 때문이었다.
또 토요일이다.
매주 토, 일요일은 부부, 고부이야기 말고 다른 얘기를 하자고 벼르지만
그게 왜 그렇게 쉽게 안 되는지 모르겠다.
내 옆에 있는 지인들이 그런다.
“벌써 몇 년째야? 10년째잖아. 10년 동안 내리 부부, 고부 얘기만하면 지겹지도 않아?“
그래, 나도 지겹다.
달력에 빨갛게 찍은 숫자가 찍혀진 날엔 좀 다른 시원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행 이야기라든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정말로 살아가는 나의 진솔한 이야기라든가
얼마든지 소재가 많은데 기를 쓰듯 부부, 고부얘기만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뭐, 또 다른 맘속의 욕심이 있어 그런다고? 그 욕심이 뭔데?
ㅋㅋㅋ...
블로그를 시작한지 올해 들어 꼭 10년째다.
2004년 12월부터 본의 아니게 블로그에 매달렸었다.
23년의 신문사생활을 퇴직하고 디자인 작업실을 창업해 잘나가던 중
써글넘의 암이란 녀석이 찾아와 부득이 문을 닫지 않을 수 없었다.
대수술을 하고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집에서 칩거를 하고 있었다.
잠시라도 쉬고 있는 꼴을 보지 못하는 내 성깔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블로그의 문패를 다는 것밖엔 없었다.
운이 좋았던지 블로그를 시작하자마자
모 뉴스사이트 몇 군데서 원고료를 받는 연재코너를 맡았다.
그리고 내 블로그를 지켜본 몇 군데의 출판사로 해서 책도 몇 권 출판했다.
그 외 여기저기 주간신문 사보 등에서 쏠쏠하게 원고청탁도 들어왔다.
심지어 어느 잡지사에선 아주 악랄한 고부지간의 이야기를 써달라고도 했다.
어찌되었든 부부, 고부 덕분에 10여년 입에 풀칠도 할 수 있었으니
블로그가 고마웠다.
사실 이야기 중에서 제일로 재밌는 이야기가 사람 살아가는 얘기다.
지구위의 인간의 수만큼 이야기꺼리는 많고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한국 특유의 부부, 고부이야기는 더더욱 재밌었다.
이 모두 내 블로그의 남자여자란 간판 때문이었다.
내 블로그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단골로 찾아오는 고정 손님이 있다.
고맙게도 항상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도 있고
눈팅만 하는 손님도 꽤 된다.
daum 블로그는 베스트 도장이 찍히지 않는 날엔 고작 기백명 정도 찾아오시지만
또 다른 조인스 블로그에는 베스트가 되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하루 4,5천명이 찾아오신다.
그 분들 때문에 솔직히 쉴 수가 없다.
그리고 고맙다.
원래부터 새벽잠은 없지만 다들 잠든 새벽에 홀로 깨어나
그림 그리고 글을 쓰고 세군데 블로그에 일찍 글 올리는 재미로 나는 나의 하루를 연다.
언제까지일지는 몰라도 몸이 움직이는 한
나의 고집스런 행위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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