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부2

도도하던 시어머님에게 치매가 왔습니다

728x90

책 구경하기

 

 

 

 

 

눈도 못 맞추게 하시던 시어머니가

명주 베 보름새를 뚝딱 해치우시던 솜씨 좋은

시어머니가

팔십 넘어 치매가 왔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손발은 말할 것도 없고

방 벽에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소변도 못 가리면서 기저귀를 마다하시던

시어머니,

꼼짝없이 붙잡힌 나는

옛날에 한 시집살이가 모두 생각났는데,

시어머니가 나를 보고,

엄니, 엄니 제가 미안 허요, 용서해 주시오 잉.

공대를 하는 걸 보고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 시집살이도

나만큼이나 매웠나 봅니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

 

 

*글쓴이 전효임(72세)씨는

나이 70에 동네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면서 쓴 3년의 일기를

한권의 시집으로 묶어 작년 8월에 ‘치자꽃 향기’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는 시어머니로부터의 고된 시집살이와 막노동을 한 남편과 함께

6남매를 키운 사연과 본인의 늦깎이 공부의 어려움이 기록되어 있다.

 

 

 

 

며느리의 시어머니는 대대로 내려온

양반집 부인 그대로 기세 등등 했었나 봅니다.

그리고 며느리 앞에서 도도한 모습을 보였나 봅니다.

며느리는 고양이 앞에서 쥐처럼 벌벌 떨며 모진 시집살이를 해왔나 봅니다.

어느 날 그 호랑이 같았던 시어머니에게 치매가 왔습니다.

며느리는 새삼 옛날 생각에 미운생각이 나기도 하고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시어머니의 치매는 방 벽에다 대변을 문지르는 정도까지 왔습니다.

짜증이 난 며느리 앞에서 시어머니는

“엄니, 엄니 제가 미안 허요, 용서해 주시오 잉” 라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의 눈에는 며느리가 아니라 당신의 시어머니로 보였나 봅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이 한마디에 평생 받아왔던 원한을 풀었습니다.

고부간의 대물림이 낳은 현상은 오늘까지도 변하지 않고 돌고 도는 모양입니다.

아직도 많은 며느리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걸 보면…

 

 

추천에 감사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