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은 세월이 갈수록 변한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예전엔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음식이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속된말로 ‘땡긴다’라는 말로 다가온다고 한다.
내가 그렇다.
‘육개장’이라는 음식이다.
나도 어느 날 부터인가는 이 음식이 땡기기 시작했다.
얄궂게도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에게 차려 내 놓는
바로 그 ‘육개장’에 빠져 들었다.
언제인가 그날도 그랬다.
가까운 친척한분이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과 함께 조문을 마치고 나서 으레 내놓는 조촐한 음식상을 받았다.
고정 메뉴 ‘육개장’도 나왔다.
만면에 웃음을 그리며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웠다.
그리고 바로 추가 주문을 했다.
시집간 딸내미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아빤 육개장이 그렇게 맛있어요?”
“그~럼! 너도 먹어봐 아주 맛있어.
여기에 쇠고기만 양심적으로 더 들어가면 완전한 육개장일 텐데 그게 좀 아쉽지“
그런 후에 얼마 안 있다가 집에 온 딸내미가
아빠 드시라고 육개장을 커다란 들통에다 하나 가득 끓여놓고 갔다.
그것도 쇠고기를 큼직하게 찢어서 들어간 육개장을!
처음엔 좋아서 내 입이 찢어질 정도였다.
효녀 딸을 두었다고 내심 얼마나 기특해 했는지…
“딸아! 솔직히 말한다.
이 육개장 들통 일주일동안 하루 세끼 내내 비우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렇다해서 질렸다고 버릴 순 없잖아.
네가 시장 보아와서 갖은 나물 집어넣고 정성스레 끓여준 육개장인데…
네 엄마가 내가 먹을 때마다 ‘쌤통’이라고 옆에서 비웃음을 날린다.
이젠 육개장의 '육'자만 들어도 보기 싫다.
으짤끄나! 이 아빠의 입맛!”
ㅋㅋㅋ
추천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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