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구경하기 클릭!
여보, 나는 말이야.
가끔 눈물이 난다.
부부이긴 해도 당신은 잘 모를 거야.
마초 같은 내가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그런데 가끔은 그런 모습이 있어.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걸 느껴.
가끔이 아니라 아주 자주.
그래서 맘만 급하잖아
당신을 만나 많은 걸주고 싶었는데
늘 실망과 좌절만 줬잖아.
살다보면 굴곡이 많다고 말하지만
그거 다 나 편하자고 하는 그럴듯한 변명이야.
나, 당신 많이 사랑하거든.
늙어 멀어지는 우리 모습이 싫어.
그래서 요즘 당신이 싫다는데도
짓궂은 장난도 하고 흰소리도 해
진작 당신 귀한 걸 알았다면
더 많이 노력을 했겠지.
젠장! 난 맨날 청춘이 아니었거든.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어.
같이 안자면 어때!
당신은 여전히 내 품안에 있는 걸.
늙으면 어때…! 중년이면 어때서?
큰소릴 쳤는데 낼 모레가 육십이네.
밤하늘의 별을 같이 보고 싶어…
우리 좀 더 나이가 들면
아니 막내가 대학 졸업하면 우리 떠나자.
남해든 옥천이든 어디든 우리 가자!
어머니 돌아가셨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
우리 그 때 떠나자.
남이 버린 오막살이도 좋아
돈? 괜찮아 지금도 사는 데 뭘…
사지육신 멀쩡한 나, 뭐든 할 수 있어.
밭에 나가 파를 뽑아도 먹고는 산다더라.
나도 막걸리 배우면 되잖아.
밸런타인 보다 더 맛나면 되는 거지.
하지만 당신 생일엔 꼭 한 가지 선물을 할게.
당신이 목넘김이 좋다는 꼬냑.
입에 물고 숨을 쉬면 향기가 좋다는 그 술…
난 맛도 모르지만 꼭 사 줄게
여보! 내 맘 알지?
요즘 더워서 고생하는 거 잘 알아.
밤에 차가운 물수건 건네다가 당신에게 구박을 받아도
그렇게 하고 싶으니 그냥 모른 척 해줘.
이 나이에 금시발복해서 부자가 될 순 없잖아
그냥 아프지 말고 아옹다옹 그렇게 사는 거지 뭐
같이 안자면 어때…
당신은 늘 내 곁에 있는데…
<최광진>
<덧글>
나보다 나이가 몇 살 아래인 친구가 쓴 글입니다.
그 친구 생긴 것하며 성질이 마초 같아서 지인들은 '뿔따구'라는 닉을 붙여 놀려댑니다.
어느 날 팸 투어에서 이 친구를 처음 만났습니다.
정말 뿔따구처럼 말을 툭툭 뱉지만 속마음은 여자처럼 여린 사나이였습니다.
밖에서는 마초같이 놀고 집에서는 더 없이 순한 남편이었습니다.
여기 제 아내한테 보내는 글을 보면 아내 사랑에 깜빡 죽습니다.
몇 해를 두고두고 옆에서 보지만 변함이 없습니다.
참 괜찮은 사나이, 멋진 친굽니다.
추천에 감사합니다
↓↓↓↓↓↓↓
'부부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 남편과 둘이서만 사는 줄 알았습니다 (0) | 2012.08.22 |
---|---|
신혼집은 지하 월세 방부터 시작한다. 정답인가? (0) | 2012.08.20 |
늘 시댁식구만 싸고도는 남편에 질렸습니다 (0) | 2012.08.10 |
아내도 몰랐던 남편의 이중생활, 측은해보여 (0) | 2012.08.08 |
똑똑한 여자일수록 사랑 앞에선 헛똑똑이 (0) | 2012.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