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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딸 낳았어! 내가 원했던 딸인데 왜 순간 서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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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낳았어! 내가 원했던 딸인데 왜 순간 서운했을까?

 

딸아이 4살 때다

 

 

 

딸이 귀한 것이 우리 집안 내력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딸을 좋아했다.
그런 내게 첫 번째 아이는 아들이었다.
아들 많은 집안엔 아들만 낳는다고 하더니...
딸 아들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실감했다.

 

그렇지만 두 번째 아이는 딸이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아내가 둘째를 출산하는 예정일이었다.
밤새 진통하는 아내를 새벽녘에 병원에 데려다 놓았다.
"이번엔 딸을 꼭 낳아야 해!"
진통하는 아내에겐 모진 소리지만
나는 천연덕스럽게 웃음을 지으며 농담조로 한마디 했다.
장모님이 옆에서 염려 말고 출근하라고 내 등을 떠밀었다.

그 옛날에는 남편이 진통하는 아내 옆에 붙어 있으면
사람들은 '바보 칠삭둥이'로 여겼다.
지금 세상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어쨌든 아내는 내 명령(?)대로 예쁜 딸을 출산했다.
아! 나도 딸을 낳을 수 있구나!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참 신기했다.
아들 낳고, 딸 낳고...

 

나는 아들만 많은 집안에서 장남으로 자라난 몸이라 딸 자매를 보면 늘 부러웠다.
그래서 내 대에는 딸아이가 있었으면 했다.

딸아이 출산 때였다.
장모님이 회사에 있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강서방, 또 아들이야!"
"예? 아들이요?"
순간 기쁨이 넘쳤다.
아들? 정작 딸을 바랐는데 아들이라는 전화를 받고 서운해야 할 내가 더 반가워하다니....
사람의 마음이 이처럼 간사하다.
나도 역시 별수 없는 보수적인 한국 남자 그대로야!

 

"하하하... 강서방! 딸이야, 딸!"
"예? 딸이라구요~!"
전화통이 깨질 듯 소리를 질렀다.
주위의 동료들이 깜짝 놀란다.
<그렇게 바라던 딸이잖아, 왜 서운하니?>
양심이 내게 물었다.
순간적으로나마 아들이라 좋아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딸은 자라면서 사내아이들과는 다르게 역시 계집애들 하는 짓 그대로 따라했다.
엄마에게도 딸은 친구라고 했지만 아빠에게도 딸은 늘 귀엽고 예쁘고,
그리고 한편 안쓰럽기만 한 존재이기도 했다.

결혼해버리면 남의 식구가 되니까....
딸은 그랬다.

 

딸이 낳은 딸

 

어느 새 딸은 훌쩍 자라 결혼을 했다.

그리고 자기모습을 쏙 빼닮은 예쁜 딸을 낳았다.
그런 딸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친정에다 전화를 해 안부를 묻는다.
"엄마, 오늘은 두 분이서 뭐했어? 아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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