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아내의 장기는 변함없이 밑지는 장사다
시쳇말로 시누와 올케는 앙숙이라고 했다. 거기에 시어머니까지 끼어 있다.
자랑질은 아니지만 현재까진 아무런 이상이 없는 우리네 가족이다. 믿어도 된다. ㅋㅋㅋ..
시아버지인 내가 보기에는 세 여자 모두 넘치는 매너쟁이들이다.
“엄마! 어디로 예약할까?”
“얘, 먹는데 너무 돈 쓰지 말자. 다 먹어봤잖아”
“그래도 그렇지 않지. 뭐 먹고 싶은 거 얘기해봐, 일식 집?”
“아이들이 회를 잘 안 먹어서 ....”
“그럼 뷔페?”
“뷔페는 아빠가 질색이잖아. 그냥 아이들 잘 먹는 대로 가자”
“그럼 오리집밖에 없네 뭐”
“훗후....옆에 있는 아빠가 좋단다”
“아휴, 그저 오리 집 밖에 몰라. 오늘 같은 날은 좀 멋있고 맛있는 집 가는 것도 좋잖아”
“됐다. 한 끼 먹는 거 다들 좋아하는 거 먹는 것이 좋은 거야”
“알았어요, 엄마, 그럼 이따가 12시에 오빠네가 아빠 집에 갈 거예요, 오리집에서 만나요”
지난 토요일이 아내 생일이었다.
딸아이와 며느리가 서로 전화로 상의하더니 우리의 의향을 묻는 것이다.
이 날은 점심부터 저녁까지 꼼짝 없이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
부모의 생각은 아예 무시를 해버린다.
세월이 가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가보다.
어떤 때는 아이들이 쓰는 돈이 비린내가 나는 것도 같지만
그 아이들도 어느새 40 전후들이 되었다..
다들 성인들인데도 아직도 우리 부부의 눈에는 어리게 보이니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일까?
자신들이 늙는 것은 모르고 자식들 나이 먹는 것만 늘 이렇게 안쓰러워한다.
아마도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똑 같을거다.
우리부부, 아들 내외, 손자, 그리고 딸 내외 손녀.
모두 합해도 8명이다.
참 단출하다.
점심의 오리고기에서 시작해 저녁의 평양냉면까지 깨끗이 끝냈다.
그리고 엄마네 집으로 모여 후식까지 마무리를 지었다.
장장 9시간 이상을 아이들 쫒아 다녔더니 피곤하다.
모르긴해도 아이들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일거다.
식구들 모두 오리고기를 좋아한다. 특히 손주 녀석들이 오리고기라하면 무조건 O.K다.
아들네. 딸네들과 우리 부부다. 나는 사진을 찍어야 했기에 없다 ㅋ
어느새 밤 10시가 넘었다.
드디어 엉덩이가 가벼운 내가 먼저 일어나 마무리를 짓는다.
"늦었다. 너희들 이제 그만 각자 집으로 가라"
손자녀석들이 조금 더 놀다가 가자고 칭얼대지만 나는 영 모른체 해버린다.
엄마 생일을 위해 그 정도로 했으면 잘한 거다.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아내는 냉장고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가방 속에 집어 넣어준다.
아파트 마당까지 아이들을 배웅 하느라 내려왔다.
이제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은 각자의 차를 타고 가면 된다.
아내는 먼저 며느리에게 다가 갔다.
“준영이 에미야, 고생했다. 힘들었지? 네 웃음 때문에 하루가 즐거웠다”
“아니에요, 어머님. 오히려 우리가 즐거웠는데요. 또 들릴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이번엔 사위한테로 다가간다.
“예주 애비야. 미안해서 어떻게 하니? 오늘 고마웠다”
“아이구 어머님, 당연히 저희가 할 일을 한 것뿐이데요. 어머님이 즐거워하시니
오히려 저희가 고맙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며느리와 사위는 각자의 차를 타고 우리 곁을 떠났다.
“어떻게 해? 저 아이들 오늘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미안하잖아”
아내는 아이들의 차가 떠난 자리에서 뒤돌아서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런데 그 소리가 내 귀에 까지 들렸다.
보나마나 아내는 내일 마트로 가서 통 크게 소갈비를 듬뿍 사다가
손질해서 들통에다 넣고 끓여서 손자, 손녀들 먹으라고 나한테 각각 배달시킬 게 뻔하다.
그것은 바로 아내의 장기이니까...
왜냐면 아내는 곧 죽어도 빚지고는 못사는 성깔이 있다.
상대가 자식들이래도 마찬가지다.
나는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아내에게 들리지 않게 마음속으로 가만히 말한다.
- 우리는 부자도 아닌데 저 여자, 또 손해 보는 장사를 시작하려는 거 아니야?
이거 말려야하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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