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최전방 소총수, 군악병으로 발탁되다. '로또'당첨일까?
<군악대이야기 1>
군대 병장때의 나. 철모를 똑바로 썼는데 사진을 보니 비뚤어져 있었다. 인증샷이다.
육군이었다.
군번이 111...., 작대기 3개로 시작되었다.
군대를 가 본 남자들은 알 것이다.
자기 군번의 앞자리 숫자가 어떻게 시작하는가를....
옛날 고리짝 시절의 군번이지만 여러분들에겐 새까맣게 우러러 볼수 있는
상사임에는 틀림없다.
차려!, 열중쉬어! 쉬어! ㅎㅎㅎ
군대 얘기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이었으니까
내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겨 둬야한다는 생각은 당연하다.
그러나 군대 얘기에 진저리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재밌는 얘기만 하려고 한다.
여성들도 읽으면 남자의 세계라는 게 과연 어떤 것인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60년도 초, 미술대학 다니다 등록금이 없어 휴학하고 육군으로 자원입대했다.
언젠가는 꼭 가야하는 길이기에 이럴 때 갔다 오는 게 인생길에 플러스될 것 같아서였다.
요즘 고급관료들은 요리조리 군대 안 갈려고 별별 요령을 다 부려 빠졌지만
나는 바보처럼 그런 것도 몰랐다.
어쩜 그래서 출세를 못했는지도 모른다.
3개월의 지옥 같은 논산 훈련을 마치고 좋아라고 했는데
운 없게도 공병 후반기 교육을 두 달 더 받았다.
나, 미련 곰탱이였었나보다.
포병 병과는 아닌데도 박격포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나서 보충대로 입소했다.
보충대는 내 군대 운명을 좌우하는 곳이었다.
어느 부대로 배치를 받느냐가 이곳에서 판명되기 때문이다.
재수가 옴 붙었는가 보다.
경기도 최전방 모사단 말단 소대 소총수로 배치가 되었다.
이곳은 군대 제대하는 그날까지 오직 훈련만 받는 곳이었다.
속된 말로 ‘재수 더럽게 없는 군대 운’이었다.
소대장이 우리 신입 병을 받자마자 물었다.
“야! 너희는 빽도 없냐? 어떻게 이런 곳까지 떨어졌어?”
대학물을 먹은 놈은 소대에서 우리 동기 단 세 사람뿐이었다.
기가 막혔다.
눈앞이 캄캄했다.
군대 운도 지지리 없었다.
우리는 하늘을 보고 침을 뱉었다.
10월 어느 날,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뙤약볕에 무거운 M1소총을 들고 배낭 메고
한창 “찔러 총”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까만 지프 차 한 대가 훈련받는 우리 앞에 흙먼지를 날리며 멈췄다.
육군 정복에 금테를 두른 모자를 쓴 나이 지긋한 장교가 지휘봉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소대장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우리 훈련병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 대원들 중에서 대학에 다녔던 사람 손들어봐!”
우리 동기 세 사람은 서로들의 얼굴을 보며 주저주저하다가 얼떨결에 손을 들었다.
“세 명, 앞으로 나와!”
그리고는 다짜고짜로 지프차에 태웠다.
소대에 들려 명령대로 짐을 꾸렸다.
그리고는 다시 지프차에 올라 타 한참을 달렸다.
중대, 대대, 연대, 사단을 거침없이 지나쳤다.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몰랐다.
물어볼 수도 없었다.
앞에 탄 장교는 우리 이등병에겐 너무나 까마득히 높은 계급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지프 차는 사던 연변장이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 어느 부대 앞에서 멈췄다.
00사단 군악대란 간판이 보였다.
깔끔하고 멋진 군악병 복장을 한 선임대원들이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마치 거지 모습의 우리 훈련병을 박수로 환영해주었다.
운명이란 정말 얄궂은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1년 365일 내내 소총 들고, 수류탄 들고 훈련을 해야 할 내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180도 지위가 달라지는 군악대원이 되다니 꿈만 같았다.
아~아! 정말 군대 운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요즘 말로 ‘로또’를 맞은 것 이상으로 기분이 붕 떴다.
군 연병장에서 행사할 때의 그 멋진 군악대원들의 행진을 보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그날 저녁 우리 동기 세 명은 한 곳에 모여 서로의 허벅지를 꼬집고 또 꼬집었다.
"우리 정말 꿈꾸고 있는 것 아냐? ㅋ"
그러나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최전방 소총수에서 군악대원으로 선발된 것은 결코 '로또'가 아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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