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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64세 암 선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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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세 암 선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 작가 최인호씨는 침샘암으로 현재 사투를 벌리고 있습니다.

   필자는 구강암과 싸워 이겨냈습니다.

   구강암 역시 침샘암처럼 희귀한 암입니다.

   지금 구강암에 고전하고 있는 암환자들에게 말합니다. 

   암에 걸렸다고 절망하지 마세요. 왜 하필이면 내가 암에 걸렸느냐는 생각은 버리시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세요. 긍정적인 마인드 앞에선 암은 순하게 물러갑니다.

   아래의 글은 이번 자유마당 8월호에 실린 인터뷰기사입니다.

   결코 자랑질은 아닙니다.

   저와 같은 암과 싸우시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또한 저의 삶의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

 

 

결혼 생활의 희로애락을 그림 에세이로 풀어내는 파워 블로거 강춘 작가

“나이 칠십? 다시 꽃피는 청춘!”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톡톡 튀는 감각과 정곡을 찌르는 감성 에세이를

매일 한 편씩 인터넷에 올려 대한민국 국민을 울고 웃기는

백발의 파워 블로거 강춘 작가를 만났다.  

글|백진선 

 

 

“남편들, 아내의 잔소리에 대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해석하지 마세요.

그리고 귀찮으면 일일이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살짝 미소를 지으세요. 그리고 가끔

아내의 눈길과 마주치면 고개만 끄덕이면 됩니다. 그리고 이따금 “그래, 그래” 하는 맞장구를 잊지 마세요. 아내는 당신과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별거 아니지요?”

 

이름 석 자보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한 주부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수많은 눈물을 속으로 삼켰을 이 시대의 가장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파워 블로거가 있다.

 

‘강춘의 남자 여자’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강춘(70세) 작가.

그는 2004년부터 부부의 일상적 고뇌와 사랑을 담은 글과 그림을

블로그에 올리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음 블로그(blog.daum.net/kangchooon), 조인스 블로그(blog.joinsmsn.com/kic2806),

저널로그(www.journalog.net/kic2806)에는 현재까지 무려 15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을 했다.

그리고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그림 에세이를 모아 <여보야>, <사랑하니까 그리는 거야>,

<우리 부부야? 웬수야?>, <프로포즈 메모리> 등의 책을 펴냈으며,

지난 3월에 출판한 <자기는 엄마 편이야? 내 편이야?>는 곧 중국어 번역 출간까지 앞두고 있다.

현역에 있을 때보다 더 신나는 인생임에 틀림없다.

 

 

 

 

일러스트를 천직으로 삼다

 

강춘 작가는 고교 시절부터 지방지 연재 소설의 일러스트를 그릴 정도로 일러스트에 심취했다.

이후 홍대 미대에 진학했고, KBS 방송국을 거쳐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해 23년 동안 미술부장,

출판국 편집위원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해왔다.

1994년에는 그해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하는 문화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일러스트 분야는 거의 황무지에 가까웠습니다.

그 직업이 유망할 것이라 생각해 미대에 지원했고 순수 회화보다는 일러스트에 전념했습니다.

졸업한 후에는 남산 시절 KBS-TV에서 드라마 <여로> 타이틀도 써보았고,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400여 평의 무대 디자인도 해보았습니만, 성에 차지가 않았습니다.

일러스트 작업을 실컷 해보고 싶어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고,

23년 동안 일러스트를 마음껏 그렸어요.

 

신문사에 재직하면서 초등 교과서와 어린이 동화책 일러스트 작업도 병행했는데,

출판된 책이 몇 권인지 감히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 시절부터 백발이 된 지금까지

원 없이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으니 이것이 저의 천직이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출판계 쪽에서는 이미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였지만,

대중 사이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7년 전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나이 환갑을 훌쩍 넘긴 후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강춘 작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성껏 글과 그림을 포스팅하며

세상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했다.

 

우리네 일상을 그림 에세이로 풀어낸 그의 블로그에는 방문자가 폭주했고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렸다.

2008년 다음 블로거 특별상, 2010년 조인스 블로그 톱10상을 수상하며

그는 온라인 미디어를 주름잡는 파워 블로거로 거듭났다.

그런데 사실 강춘 작가가 블로그를 시작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64세 구강암 판정,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다

 

2004년 11월, 얼굴엔 겨우 눈만 남겨놓고 온통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병원 창밖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붉게 물든 단풍잎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한 폭의 가을 수채화였다. 하마터면 볼 수 없었던 세상을 다시 마주한 그의 감회는 남달랐다.

 

“어느 날 입속 오른쪽 볼에 조그만 종기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커져갔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즉시 입원 통보를 하더군요.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

당장 외국에 나가 있는 자식들 다 들어오라고 연락하라면서요.

‘청천병력’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구나 하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구강암이었다. 60대 초반의 나이. 암 선고를 받는 순간 죽음에 대한 공포감도 없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돌이켜보니 아들딸 모두 결혼시켰고, 크진 않지만 집도 한 칸 있으니

아내가 자식  신세는 안 지고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누구나 죽는다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뭘 그리 안타까워할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운이 좋았다면 몇 년은 더 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우주라는 영겁에 비하면 정말 눈 한 번 감았다 뜨는 것보다 짧은 찰나일 뿐이죠. 이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른쪽 귀밑에서 턱 밑 부분까지 메스로 길게 잘라 피부를 뒤집어놓은 상태에서 암 종양을 떼어냈다.

움푹 파인 피부는 왼쪽 팔목의 피부를 떼어서 이식을 해야 했다.

15시간의 대수술. 눈을 뜨니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아내와 자식들의 얼굴이 보였다.

 반가움과 고마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64세,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하던 일을 전부 정리하고 집에 작업실을 차렸습니다. 그간 살아온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고픈 훗날의 이야기들을 한 자 한 자 적어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죠.

지금은 많은 분이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 함께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지만,

처음 시작은 제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자는 의미가 컸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병은 말끔하게 나았고, 그 이야기들은 원고지 한 장이 되고,

책 한 권이 되고, 그 이야기를 읽는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첫 번째 인생만큼이나 값진 두 번째 인생이었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즐겁게 그림 그릴 것”

 

인생의 커다란 시련을 이겨낸 사람에게는 마르지 않는 깊은 우물이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세상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건네는 그의 우물에는 위로와 격려의 샘이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무슨 이야기든 이해하고 들어줄 것 같은 그에게는

매일매일 수많은 사연이 도착한다.

 

“주로 주부나 미혼 여성이 상담을 많이 해오는데, 주부들 사연은 고부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대부분이더군요. 예를 들면 남편이 효자라서 어머니 편만 들고 자신을 생각하지도 않아

더 이상의 부부 생활을 못 하겠다는 등등의 하소연이지요.

저는 성격이 직설적이라 동정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연을 보내오신 분에게는

자신이 생각할 때 더 이상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바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즉시 이혼하라고 권유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렇게 말하면 그다음부터는

더 이상의 하소연이 오지 않더군요(웃음).

 

여자들은 정작 이혼하라고 부채질하면 이혼을 못 하더라고요. 당연하지요. 이혼이란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사이가 안 좋은 부부가 있다면 내 쪽에서 먼저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됩니다.

다시 말하면 마음을 비우는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그 어렵던 부부간, 고부간의 장벽도

흔적 없이 허물어져 버립니다. 고민 말고 한번 해보세요. 행복은 바로 내 발밑에 있는 것입니다.”

그의 글은 일상 속 평범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칠십 평생의 이야기가 어디 7년 만에 끝이 날까.

이젠 며느리, 사위까지 그리고 손자, 손녀들까지 식구들이 불어났으니 이야깃거리는 더 늘어났단다.

아직도 쓰고 싶은 글이, 그리고 싶은 그림이 많다는 강춘 작가. 그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우주에는 지구라는 큰 별이 있습니다. 그 별 속엔 인간이라고 이름 지은 엄청난 숫자의 사람이

살고 있지요. 부부라는 인연은 이 숱한 사람들 중에서 두 남녀가 특별히 짝을 지어 만나는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참으로 신기하고 아슬아슬한 인연입니다.

그러나 그 인연을 더러는 내뱉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연이란 우리네 인간들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남녀가 만나 부부로 한평생을 끝까지 지지고 볶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기막힌 행운을 이 세상 다하는 그날까지 잘 지켜가시기 바랍니다.”

 

 

             

              자유마당 8월호

 

추천합니다

   

     Daum 메인창에...*^^*

    

 

독자들의 성원에 재판 인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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