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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바람소리

탕국물에 무식하게 들어가 앉은 왕갈비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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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국물에 무식하게 들어가 앉은 왕갈비무리들

 

 

 

 

일요일 점심때쯤이다.

우리 내외가 집안에만 있자니 좀이 쑤신다.

자식 놈들은 지난주에 왔으니 이번 주는 거른다.

지네들끼리 잘들 노는 게 우리 신상도 편하다.

아내는 세탁기에서 빨래를 빼더니 베란다에 내다 걸어놓고

TV가 보이는 소파에 털썩 앉는다.

 

“우리끼린데... 뭐 맛있는 거 먹으로 갈까?”

“어마, 벌써 점심때네.. .뭘 먹지?”

“오랜만에 가양동에 갈까?”

아내는 말이 없다.

말이 없으면 ‘O.K’ 라는 뜻이다.

그래 좋아! 라고 말하면 어디가 덧나나? 참으로 까칠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까칠한 여자를 공손하게 모실까?

남자가 나이 먹으면 당연히 아내가 무서워지는 모양이다. ㅉ...

 

우리들끼리 ‘가양동’이라고 하면 그것은 바로 ‘갈비탕’집이라는 암호다.

지금 사는 일산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강서구 가양동에 잠깐 산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갈비탕 집을 발견한 것이다.

속된 말로 그 집 갈비탕 집은 ‘쥑인다’라고 해도 된다.

 

이상스럽게도 나는 갈비탕이 맛있다.

그 중에서 집에서 끓이는 갈비탕에 쏙 빠져있다.

그렇다고 주구장창 집에서만 갈비탕을 끓여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뭔 재벌의 아들도 아니고...

가끔 이렇게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내랑 같이 가양동의 갈비탕 집을 찾는다.

 

“자! 그럼 고고씽이다”

나는 대충 옷가지를 챙겨 입었다.

벌써부터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다. 오후 1시가 넘었다.

배도 고플만하다. 아침을 7시에 먹었으니....

 

 

 

 

아내가 운전한다.

아내 차이니까 당연하다. 나는 차도 없다.

백수 주제에 차가 두 대가 될 말인가?

그것도 한창 잘 나갈 때 일이지... 그래서 벌서 팔았다.

아내차를 팔자니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래서 내 차를 팔고 나는 버스로 지하철로 다닌다.

불쌍한 말년이라고 하지 말라.

나는 그게 운동도 되고 훨씬 더 마음 편하다.

 

나는 뒷자리에 사장님처럼 앉았다.

아내 옆자리에 앉게 되면 아내가 신경 쓰는 바람에

눈치 빠른 내가 뒷자리에 스스로 앉는 거다.

“어험! 김여사, 운전해”

나는 가슴 속으로 가만히 중얼거린다.

 

 

 

 

차는 자유로를 씽 달리더니

 순식간에 강서구 가양동 갈비탕 집까지 단숨에 왔다.

함흥냉면이라고 간판이 써 있지만

‘이조본갈비집’이기도 하다.

 

 

 

 

일요일 점심때라 그런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시장판처럼 왁자지껄하다.

이 집이 글쎄 이렇다.

맛있는 집이라면 서울 사람들 귀신처럼 알아서 찾아온다.

뭐 하긴 우리도 그들 중에 한사람이니까 누구 흉볼 것 없다.

 

 

 

 

 

 

나는 왕갈비탕, 아내는 영양갈비탕을 주문했다.

값은 똑 같이 9,000원.

작년인가, 재작년인가는 7,000원이었는데 올랐다.

고기는 호주산이란다.

이런 집에서 고기가지고 원산지 장난을 치진 않을 것이다.

만약에 들통 나면 몇 십 년 쌓아 놓은 명예의 탑이 하루아침에 허물어 질 테니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 푹 내려놓는다.

 

 

 

 

식탁마다 휴지박스가 놓여있다.

돈 벌었으니 자기네 집 상호 붙인 박스를 만들었다.

일단은 보기 좋다.

 

 

 

 

깍두기 옆에 있는 것이 오징어 젓갈이다.

이집의 명물이다. 손님이 따로 젓갈만 사갈수도 있다.

그만큼 맛이 있다. 800g에 8,000원이다.

 

 

 

 

아내가 시킨 영양갈비탕이 먼저 나왔다.

폰 사진기를 들이대니 아내가 얼른 숟가락으로 척 고기를 집어 든다.

ㅋㅋㅋ... 훈련이 잘 되었다. 어디 한두 번 한 솜씬가?

 

 

 

 

영양갈비탕에서 나온 갈비다

ㅋ...  인삼뿌리도 들어 있다.

 

 

 

 

큼직한 갈비 두 대에 쇠고기 양지 살이 수북하게 올라온다.

양지 살이 있다고해서 영양갈비탕이다.

 

 

 

 

 

이것이 왕갈비탕이다.

어른 손가락 두 개정도의 굵은 갈비들이다.

무지막지한 녀석들이 무식하게도 많이 들어 있다.

모두 다섯 대다.

여기에 붙은 고기만 빼먹어도 배가 부르겠다.

그런데 이 집 갈비탕엔 당면이 없다.

그런데도 서운하지가 않다.

 

 

 

 

무지막스럽게 생긴 쇠고기 갈비뼈들,

큰 녀석들은 접시 길이만 하다.

쇠고기 갈비살을 훑기도 아주 깨끗이 잘 훑었다.

 

 

 

 

세상에....

 소식가인 내가 국물에 밥까지 말아 싹싹 훑었다.

나도 놀랬다.

아마도 갈비탕 들어가는 위가 따로 있는가보다.

 

 

 

 

나올 때 오징어젓갈 800g을 샀다.

포장봉투의 디자인이 예쁘다.

어딜 가든 '쟁이' 버릇은 버리질 못한다..

 

결론적으로 내 입맛에 이집 갈비탕은 맛이 있었다.

벌써 10년 단골이다.

 

 

혹시 참고 하실 분

서울 강서구 가양동 138-11

02-3661-3457

함흥냉면 / 이조본갈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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