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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염은 왜 길러?
여고 동창회에 간다던 마눌님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다 휙~ 뒤돌아 서서
거실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는 나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쏘아 댑니다.
"아무리 집구석에서 빈둥거리더래도
수염이나 깎을 것이지.
꼭 시장판 양아치 같아!
내가 못살아!"
마눌의 입에선 저렇게 폭탄 같은 말들이
금방이래도 튀어나올 것 같았는데
천만 다행히도 입모양만 요란스럽게 씰룩거렸습니다.
마눌님! 고마워요.
당신의 그 말폭탄을 나에게 고스란히 던졌으면
아마도 나는 곧바로 쓰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했을 거야.
'땡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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