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0. 망각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투는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지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리는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이생진/글>
이생진 님은 1929년생으로 올해 95세입니다.
1969년 현대문학 詩부문으로 등단하여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728x90
'인생 80줄에 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가면서 부부는... (15) | 2024.06.10 |
---|---|
요양원에 대해서 (15) | 2024.06.08 |
수염은 왜 길러? (15) | 2024.06.02 |
응원금 받았습니다 (13) | 2024.06.01 |
내 늙음에 서러워하지 말자 (20) | 2024.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