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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80줄에 서다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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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망각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투는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지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리는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이생진/글>

 

 

이생진 님은 1929년생으로 올해 95세입니다.

1969년 현대문학 詩부문으로 등단하여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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