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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운다! 사랑하니까

부부 싸움! 하루를 넘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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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핸드백 이리 줘! 손 시리잖아"
남편은 내 가방을 뺏으려고 손을 뻗쳤다.
"됐네요!"
나는 싸늘하게 남편 손을 뿌리쳤다.
"됐긴 뭐가 됐다 그래? 
하필이면 이렇게 추운 날 장갑도 끼지 않고..."
"남 이사! 별꼴이야"
남편은 못 들은 척했다.
그러고는 다시 손사래치는 내 손에서
기어이 핸드 백을 뺏어 자기 가방과 함께 들었다.


사실은 엊저녁 남편과 싸웠었다.
별것도 아닌 문제로 토닥토닥 싸우다가 
결국 침대에서 서로 등지고 하룻밤을 지냈다.
아침이 되었어도 우리 사이는
여전히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각자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 입구까지 냉랭하게 걷는 중이다.

문득, 언젠가 친정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부부 싸움으로 해서 부는 냉랭한 바람은
꽁꽁 얼기 전에 빨리 깨버려야 해.
그러지 않으면 크나큰 얼음으로 변해 
더욱 굳어져 깨어지지 않아>

엄마 말이 백번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이에 누가 먼저 얼음을 깨야 하나?
내가 먼저?
아니면 남편이?

망설였던 중에 결국은 
내 가방을 뺏어간 남편이 먼저 망치로 얼음을 깨부쉈다.
와아~! 내가 이겼다.
조마조마했던 내 가슴속의 또 다른 나는 환호했다.

어쭈~! 이 남자 용감하네! 사나이답잖아!
여자에게 맞서 항복할 줄 아는 남편!
그래, 멋진 남편 맞다!
결국 내가 진 거야.

고마운(?) 남편에게 나는 빨리 답례를 해야 한다.
치사하게 우물쭈물하지 말자.
나는 남편의 손을 끌어다 
내 손으로 만든 따뜻한 팔짱 안에다 힘을 다해 꾹꾹 집어넣었다.
"아휴~! 얄미워 죽겠어! 이 남자!"

남편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혼자서 쿡쿡 웃었다.
멀리 지하철 입구가 보였다.
어느새 냉랭하던 추위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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