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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시는 친정엄마로부터 택배 상자가 왔다.
누런 라면박스를 헤쳐보니 신문지로 싼 고구마와 더덕, 청양고추, 그리고 애호박,
참기름, 고추가루 등등이 차곡차곡 들어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엄마에 대한 애증이 교차되었다.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지 않아도 맨날 허리가 시원치 않다고 하면서 뭐 하러 이딴 거 힘들게 보냈냐고 역정을 냈다.
그리고 고구마값 몇 푼 보낸다고 했다가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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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글년! 고구매거튼 소리하고 자빠졌네.
니 에미가 니년한테 돈 달라고 허디?
나는 돈이 천진께 나 줄돈 있으면 울 깍지년 이쁜 신발이나 사 신껴 이년아.
쥐꼬리만한 돈 여그저그 주고 글다가 어느 천년에 셋방살이 면헐려고 그냐?
정신 똑바로 채리고 살아도 될랑말랑 허것구만 먼 뻘소리를 허고지럴이여.
참지름 두병 너었응께 한병은 시댁어른께 드려.
더덕은 끼린 물에 살짝 데치면 껍딱이 잘 벗기징께 꼬치장에 마늘 쫌 찌어옇고
양념에 쪼물쪼물 혀가꼬 꾸워서 김서방 멕여.
김서방 요사 아츰은 끓여 멕여서 회사보내냐?
이러네 저러네혀도 서방이 짱짱혀야 집안이 편한거시여.
고추께루 니만 주능거 아니여.
느그 올케도 똑 같이 보냈응께 맴 쓰들말어.
글고 니 생각에 고구매랑, 고추가루도 쪼까 많으면 시댁에도 갖다디려라.
어르신들이 이빨 성하지 못하믕 고구마로 가끔 끄니 때우는 것도 갠찮어야.
시방 울 이쁜 깍지지집아가 고구마 좋아하능게 눈에 선하게 보여 야.
고추는 땡볕에 바싹 말려 뱅아깐 가서 씨 쪼깨 넣고 뽀사승께
짐치나 것쩔이, 깍데기 담굴 때 알아서 넣으면 맛이 있을 것이여.
올해 고추는 먹어봉께 내 입에는 쪼매 매운 것 같드만 니들은 갠찮을 것이여.
요사 고추값이 금값보다 비싸다맨서?
아~ 글고 니 허리는 쫌 어떠냐?
젊으나 젊은 것들이 먼 일 났다고 허리를 상해가꼬 난리여?
에리나 크나 에미 쏙 태우는 거 보믄 웬수도 이런 웬수가 읎당께.
그라고 어미헌티 하능 그넘의 전화질 쫌 작작혀.
무소식이 희소식인갑다 글고 살면 되지 껀득허면 전화질이여.
전화세는 나랏님이 내 준다디?
써글년이 와 또 눈물 질질 흘려쌓고 난리여?
니 엄니 농사짓는 거 한 두해 봤어?
아부지랑 나랑 농사지어 우리내외만 먹을라꼬 했으믄
벌씨 곡갱이 놔부럿당께. 지집아야!
우리가 늙그막에 먼 재미로 이런 깡촌에 살것냐?
가을에 곡석거둬 느그들 논아 주는 재미로 하능거이니 눈물 뽑지말어.
글고, 애비, 에미 꺽정허지 말고 지발 느그들 잘 살 궁리나 혀, 알아묵었냐?
이만 전화 끊어! 아이고~ 써글년!
아! 웃으랑께.
그래야 내 맴이 편하제.
중앙일보 온라인
news.joins.com/article/23968627?cloc=joongang-home-newslist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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