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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35cm, 세로 28cm의 하얀 켄트지다
복사지 A3 정도의 조그만 크기다.
난 이 켄트지에 펜으로 먹물을 찍어 여백을 메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내가 즐겨 그리는 각종 그림 소재를 한 곳으로 모아 놓는 작업이다.
하루가 지났다.
켄트지의 삼분의 일이 채워졌다.
이틀이 지났다.
겨우 절반을 조금 넘게 메웠다.
이렇게 해서 꼭 3일 만에 전체를 다 메우고 펜을 집어던졌다.
중간에 포기하려고 몇 번 켄트지에 인상을 쓰면서 노려보았다.
처음부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
우선 전체적으로 연필로 러프 스케치로 밑그림을 그렸다.
이어서 가는 펜촉으로 한쪽부터 그려 나갔다.
처음엔 수월(?)했다.
그러나 꽃잎을 하나하나 그려나가는 순간부터 점점 질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꽃잎을 몇 개를 그려야 된다는 것인가?
셀 수도 없었다.
대충 잡아도 수만 개?
내 인내와의 싸움이었다.
위의 그림 한 부분을 확대해 본 것이다.
꽃잎 하나하나가 보인다.
용도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다. 그냥 그리고 싶어서 그렸을 뿐이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용도로 그림을 그리지 않듯이...
그러나 이 지겨운 작업이 끝나고 보니까 너무나도 많은 용도로 쓰일 곳이 많았다.
우선 나의 출판될 책의 표지용으로도 쓰였다.
책의 표지 바탕 부분을 위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사용했다.
이 책 표지의 배경엔 위의 그림이 희미하게 깔렸다.
또 나의 디자인 사무실 문앞 간판의 배경그림으로도 사용했다.
작업실 이름이 '꽃바람'이었기 때문에 안성맞춤이었다.
1998년도였다.
지금 보면 무슨 정성인가 싶다.
다시 그려보라면 그것은 형벌(?)이나 다름없다.
으으으~!
[나의 傑作選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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